이동통신 3개 사, 클라우드 게임 사업 접거나 축소
게이머들, 성능 문제에 대안 많아 메리트 못 느껴
휴대폰과 게임 전용 컨트롤러만 있으면 레이싱과 스포츠 등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3년 전 이동통신사와 협력과 대대적 홍보 속에 국내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확대는커녕 퇴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통신사들은 최근 클라우드 게임 관련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이란 게임 전용기기(콘솔)나 고성능 하드웨어가 없이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구동한 후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KT는 2020년 출시한 자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의 서비스를 6월 종료했다.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위탁 운영해 온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새 파트너사 '클라우드게임랩'으로 운영권을 넘겼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운영하던 '5GX 클라우드 게임'의 전용 판매 사이트를 10월 정리하고 다른 사이트로 통합한다.
5GX 클라우드 게임은 현재 MS의 게임 구독 상품 '엑스박스 게임패스 얼티밋'에 붙어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엑스클라우드)를 활용하자는 의도로 국내에 들여왔다. MS와 제휴 자체가 끊긴 건 아니다. 이 사이트에서 관리하던 상품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구독 플랫폼 'T우주'에서 계속 판매한다. 하지만 외부에선 사업에 큰 의지가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게이머들, 구독보다 보유 선호... 개발사도 "기술적 어려움 커"
애초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적극 뛰어들게 된 건 5세대(5G) 통신망의 쓰임새 중 하나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5G의 빠른 전송속도를 이용해 서버에서 구동되는 게임을 휴대폰이나 TV에 화면만 불러와 원격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장소나 장비에 구애받지 않고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선 현재 클라우드 게임의 품질이 높은 성능을 기대하는 핵심 게이머층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연결 상태에 따라 게임의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입력과 반응 사이 시차(타임랙)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응 속도가 중요한 격투 게임이나 1인칭 슈팅(FPS)류 게임에는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게이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신 게임들은 모바일과 개인용컴퓨터(PC) 등 모든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크로스플레이'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마니아들이 게임을 원격에서 하기보다는 다운로드하고 보유하기 바라는 관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건 주로 콘솔(게임전용기기) 게임"이라며 "여기에 관심이 있을 정도라면 이미 고성능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82억 달러(약 10조 원)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실에선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의 운영을 1월 종료했다.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니의 요시다 겐이치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놀라운 모델이지만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아직까지 게이머가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함을 게임사들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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