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연금개혁 : <9> 노동·교육개혁과의 연계
따로 아닌 하나인 3대개혁
젊은 세대 목소리도 들어야
미래 한국 위해 성공시켜야
모든 개혁은 어렵다. '쉬운' '개혁'은 형용모순이다. 어느 시대, 어떤 국가에서나 현재 상태에서 이익을 누리는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에 개혁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동시에 세 가지를 추진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연금과 노동, 교육은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것이 없는 지난한 과제고, 그 안에 무수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역대 정권 모두 손을 댔다가 임기 말엔 슬그머니 발을 뺀 단골 문제이다. 3대 개혁은 각각의 과제가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고, 하나의 성공이 다른 성공의 전제조건이 되어 사회적 혁신의 발판이 된다. 국민이 은퇴 후 빈곤의 최저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안전망인 연금제도가 건강하게 자리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미 언론과 학계의 전문가들을 통해 현행 연금제도가 가진 구조적 한계와 이를 타개할 대책이 무수히 논의되어 왔다. 연금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오래 내고, 더 적게 늦게 받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년 폐지와 노인 일자리 확충이 필수이고, 그러자면 입시와 대학교육 위주의 교육제도를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변화하는 산업계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평생교육 체계를 갖추어야 노동계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쟁의 중심의 노사관계를 바꿀 수 있고, 기업은 미래 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급속한 인구감소로 소멸위협에 처한 대학교육 인프라를 중장년층 재교육에 활용함으로써 노인인구의 노동생산성을 키우고, 이를 통해 노인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해 연금재정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각각의 개혁과제가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현재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각각의 과제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로 분절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점, 개혁의 성패에 따라 현재의 10, 20대의 미래가 크게 요동칠 수 있음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개혁의 로드맵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심각한 문제다.
각 부처를 넘나들며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합해서 투사하고 이견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부총리급의 직위를 신설해서 개혁 과정을 총괄하게 해야 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 과제가 단순히 현안이 아닌 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 역시 어떻게 교육개혁과 연금개혁과 연계되는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설명되어야 한다.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각 부처의 실무자들이 단일한 컨트롤타워 아래에서 협의하고 조정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이루어지는 3대 개혁의 모든 과정에 미래 세대의 목소리가 더 과감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고령화로 이미 인구절벽은 돌이킬 수 없는 상수가 되었다. 지금 태어나는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강도로 교육받고, 거친 노동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감당하기 힘든 부모 세대 부양 부담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어른 세대가 연금과 노동, 교육에 있어 기득권임을 반성하고 이들에게 글로벌 세상에 적확한 교육 인프라와 혁신적 노동환경, 안정된 연금재정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희생일지 모른다.
조선시대 공납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한 대동법은 무수한 반대를 극복하고 자리 잡기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다.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전권을 휘둘렀던 조광조의 개혁은 당대의 기득권이었던 훈구파의 저항을 넘지 못해 결국 죽음으로 막을 내렸고, 왕의 아버지로 최고권력을 휘두른 흥선대원군의 개혁 역시 사림과 세도가의 권력에 균열을 내지 못한 채 그 자신이 청나라로 끌려가는 비극으로 끝났다. 그만큼 개혁은 공은 작고 생명까지 바치는 멸사봉공의 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외면하면 우리는 다음 세대를 착취한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미래 한국 개조의 첫걸음은 3대 개혁의 성공이며 시대의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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