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사관, 직원 현장 파견…대사 현장 점검도
각국의 주한외교사절이 속을 끓이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부실한 준비와 안이한 상황 판단에 따른 우려가 고조되자 직접 자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일부 국가는 참가자들이 일찍 한국을 떠나는 조기 퇴소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뒤늦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불만을 달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4일 외교가에 따르면 주한독일대사관은 대사관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 대사관 측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의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기관들과 집중적으로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려 표명'을 한 것이다. 노르웨이는 안네 카리 한센 오빈 대사가 전날 현장을 찾아 안전을 점검했다. 이외에 미국·영국·그리스·아일랜드 대사관 등도 자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잼버리 대회 운영에 대한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대부분 주한외국공관은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대사관 직원을 직접 파견하거나 자구책을 마련하는 건 정부의 조처를 신뢰할 수 없다는 항의의 뜻으로 읽힌다. 실제 대회 첫날부터 △온열질환 △벌레물림 △일광화상 등의 피해로 민원이 빗발쳤지만, 문제해결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커지자 외교부는 이날 TF를 구성해 23개국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었다. 외교부는 당장 발생하고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을 설명했고, 주한외교단은 내주에도 간담회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내주에 추가로 브리핑을 열고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는 경우에 따라 참가 청소년들을 조기 퇴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장 곳곳이 습지인 탓에 벌레뿐만 아니라 감염병 우려가 있는데도 현장 위생이 미흡한 탓이다. 참가자 전원의 조기 퇴소를 저울질하는 국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500명의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은 개회식 이후 줄곧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안전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은 야영장 입영일을 하루 미루고 청소년들을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지내게 했다. 1,500여명이 참가하고 있는 일본은 행사 전부터 파견단이 참가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주한일본대사관 측은 "파견단과 한국 당국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의 안전 확보를 위해 관련 기관과 연계해 정보수집을 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가 100여명 규모의 주한대사관 관계자는 "현재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의 안전 상황을 살피는 중"이라며 "진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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