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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재택 항암 치료 시대 곧 오나?

입력
2023.08.04 22:30
수정
2023.08.0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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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2개 정맥주사를 1개 피하주사로 항암제 투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은 여성암 1위에 오를 정도로 많이 발생한다.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높다. 하지만 전이·재발하면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7개월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유방암은 10년 뒤에도 재발·전이 위험이 높은 ‘꼬리가 긴 암’으로 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22년 상반기 진료비통계지표(진료일 기준)에서 유방암 입원 진료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5% 늘어난 2만9,929명으로 폐암(2만8,787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유방암의 특징은 서구에 비해 폐경 이전 여성 환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조기 유방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폐경 전 여성이지만 서구에는 15~30%만 폐경 전 여성이다.

◇유방암 5년 상대 생존율 93.8%

유방암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2020년 5년 상대 생존율은 93.8%로 높아졌다. 문제는 유방암이 자주 재발하는 데다 재발할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1년 7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한외과학회지(2023년 1월호)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방암 환자의 12.3%(N=335)가 재발했고, HER2 양성(+) 유방암은 치료 20개월 시점에서 재발이 가장 많았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사람 상피세포 증식 인자 수용체 2형을 가진 유방암을 말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25%에서 나타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 증식·전이가 활발하고 재발이 빠르다.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전후 완치를 위해 1년 간 18회까지 정맥주사를 통한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

항암화학요법을 정맥으로 투여 받은 환자 중 일부는 혈관·신경·조직 손상으로 마비·통증 등 부작용을 겪게 된다. 연이은 정맥주사는 혈관을 굳게 해 바늘이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거나 혈관을 붓게 한다. 감염·혈전·통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추가적인 정맥주사 치료가 어려워진다.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혈관이 잘 보이지 않거나, 약물이 정맥에서 주변 조직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면 케모포트를 몸에 넣어 치료한다. 하지만 케모포트 삽입 후 해당 부위가 빨갛게 붓거나 냄새가 나고, 분비물이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담당의사와 상담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추가적인 재발·전이를 막기 위해 장기간 유지 요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3주마다 대형병원을 찾는데, 투약 및 모니터링에만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원내 대기 시간, 입원 절차까지 포함하면 매달 1박 2일~2박 3일을 병원 안팎에서 보내야 한다.

◇2개 정맥주사를 1개 피하주사로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유방암 피하주사 ‘페스코(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의 재택 치료 관련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항암제 자가 치료 시대가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페스코는 ‘허셉틴’ ‘퍼제타’ 등 2개의 정맥주사를 하나의 피하주사로 만든 복합제다. 피하주사는 피부 아래 지방조직에 투여해 정맥주사보다 편리하다.

지난 2021년 9월 항암제 최초의 개량 생물 의약품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HER2 양성(+) 전이된 유방암 환자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이 약의 장점은 치료·모니터링 시간을 90% 단축한다는 것이다. 허셉틴·퍼제타 등 2가지 약제를 정맥 투여하면 초기 유도 용량 150분, 유지 용량 60~150분이 걸리는 반면, 페스코는 초기 유도 용량 투여에 8분, 유지 용량 투여에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즉, 전이되거나 재발한 유방암 환자의 유지 요법 치료를 기존 ‘허셉틴·퍼제타 병용 요법’에서 ‘페스코 단독 요법’으로 바꾸면 투여 시간을 90% 줄일 수 있다.

현재 미국·유럽·베트남·태국 등에선 HER2 유방암 환자가 유지 요법 치료 시 가정에서 쉽게 페스코를 투약할 수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항암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자가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환자 치료와 일상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roHer 연구는 방문간호사를 통한 페스코 재택 치료를 시도하는 임상 3상이다. 이 임상은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페스코 재택 치료에 대한 선호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페스코 투여는 방문간호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고려대 안암병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ProHer 연구에 참여한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아 직장생활이나 육아를 병행할 때가 많아 유방암 생존자의 삶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유방암 환자가 직장·집·사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활기차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차세대 항암케어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페스코 임상 2상 결과, 참여 환자의 85%가 편안한 약제 투여와 함께 병원에서 머무는 시간 단축을 이유로 정맥주사보다 페스코를 선호했다”며 “페스코 처방으로 치료 준비에 걸리는 시간도 87.5% 절약됐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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