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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를 지탱하는 역설적인 기둥

입력
2023.08.0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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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미얀마 현실과 버마민족주의- 2

불교국가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는 해방-건국의 주역이지만 최하층민으로 차별받고 자치권 약속을 외면당한 채 억압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불교국가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는 해방-건국의 주역이지만 최하층민으로 차별받고 자치권 약속을 외면당한 채 억압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의 어긋난 첫 단추 격인 1962년 쿠데타 배경에도 (반로힝야) 민족주의가 있었다. 전후 영국과 체결한 독립조약(Panglong Agreement)에는 버마족을 비롯한 다수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주체로 가담했고, 소수민족의 동등한 권리 보장과 자치권 논의 조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민족주의자들, 특히 군부엔 조약을 이행할 뜻이 없었다. 그리고 로힝야는 가장 숫자가 많은 소수민족이었고, 그만큼 자치 요구도 거셌다.

사회주의자 네 윈은 소비에트식 중앙통제 개혁과 정치-사회 탄압을 공공연히 일삼았다. 국제사회는 유엔 등을 통한 선언적 규탄과 제한적 경제제재로 일관했다. 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미얀마 경제는 한계에 봉착했고, 군부는 85년과 87년 기습적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랑군대 학생을 중심으로 한 저항운동에, 화폐개혁으로 졸지에 저축한 돈을 빼앗긴 셈이 된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미얀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군부 항쟁, 즉 8월 8일의 '8888 항쟁'이 그렇게 일어났다.

최종 진압되기까지 약 한 달간 시민 3,000~1만여 명(정부 집계 350명)이 숨졌다. 항쟁의 성과로 미얀마는 제한적인 민주주의 실험과 다당제 총선, 민정 이양을 이루었지만, 2001년과 2020년 쿠데타로 다시 퇴행했다. 민주화 세력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 특히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명분과 이해를 떠나 미국에 미얀마는 악몽의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땅이 너른 국가다.

군부독재 세력의 민주주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면서도 로힝야 학살-탄압은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는 국내외 저항운동 세력의 버마민족주의는 군부독재를 지탱하는 역설적인 기둥이다. 군부 최대 자금원인 국영 석유가스공사(MOGE) 등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운영주체로 참여해 이윤을 얻는,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의 거대 기업들도 물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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