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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개발 논리가 앞선 잼버리 유치… '혼돈의 야영장'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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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개발 논리가 앞선 잼버리 유치… '혼돈의 야영장'만 남았다

입력
2023.08.08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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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나흘째인 지난 4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침수로 물러진 땅 위에 텐트를 짓기 위해 팔레트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나흘째인 지난 4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침수로 물러진 땅 위에 텐트를 짓기 위해 팔레트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른 땅에 텐트를 칠 수 없어 플라스틱 팔레트를 10만 개나 동원하고 물웅덩이로 벌레가 들끓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습지도 땅도 아닌 '혼돈의 야영장'이 조성된 배경에는 잼버리보다 개발을 앞세운 무리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레저사업부지 개발을 위해 간척되지 않은 갯벌을 부지로 선정하고, 그 시기를 앞당기려 야영지를 우선 논밭처럼 개발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7일 한국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잼버리 대회를 새만금 개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는 처음부터 확고했다.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연구 용역을 발주한 잼버리 대회 유치 방안 보고서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내부 개발 계획을 조속히 이행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유치 목적으로 서술한다. 2017년 8월 유치 성공 후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잼버리 개최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기반시설을 조기에 구축함에 따라 새만금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산 측면에서 약 6조4,500억 원, 부가가치 측면에서 2조855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행사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문제는 잼버리 부지를 이미 간척이 완료된 곳 대신 해창갯벌로 선정한 것이다. 똑같이 간척지에서 열린 2015년 일본 잼버리가 50년 전인 1965년 간척이 완료된 땅에서 개최된 것과는 큰 차이다. 부지 조성이 어려울 거라는 우려와 더불어, 2주간의 행사를 위해 새만금 일대에 남아있던 거의 유일한 갯벌을 추가로 매립한다는 결정에 환경 파괴 비판도 거셌다.

새만금 내부개발사업 추진 현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새만금 내부개발사업 추진 현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특히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편법적으로 사업 결정을 했다고 지적해왔다. 2017년 12월 제19차 새만금위원회에서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농생명용지 조성사업에 포함해 임시 매립한다”고 결정한 것이 계기다. 당시 정부는 “대회 이후 부지를 농업용지로 일정기간 활용한 뒤 다시 새만금개발공사에 양도해 관광레저용으로 개발하게 한다”고 결정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등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한 205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도 이런 목적에 복무한 셈이다.

2020년 9월 새만금 해수유통 추진 공동행동은 이 같은 부지조성 절차가 적절하지 않다며 한국농어촌공사와 새만금위원회 등을 고발했다. 이들은 “(잼버리 부지를) 농업용지로 둔갑시키면서 관광레저용지 매립 시 거쳐야 할 환경영향평가나 관련 인허가를 생략했다”며 “농지 조성은 향후 개발 편의를 위한 핑계”라고 지적했다.

농지관리기금 2,150억 원을 들여 매립한 부지는 결국 텐트조차 치기 어려운 상태로 마무리됐다. 농업용으로 개발된 터라 물빠짐이 원활하지 않은 논 같은 상태인 데다 아직 염분도 남아있어 나무를 심기도 어려운 땡볕이 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개발을 위해 실제 필요보다 더 많은 부지를 매립하면서 배수시설 등 공사가 늦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2016년 새만금개발청의 용역은 숙영지, 전시장, 대집회장 등을 위한 매립 필요면적을 약 389헥타르(㏊)로 계산했으나 실제 매립면적은 884㏊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7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대원들이 나무가 없는 땡볕을 걷고 있다. 부안=뉴시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7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대원들이 나무가 없는 땡볕을 걷고 있다. 부안=뉴시스

잼버리는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한 고속도로, 신항만 등 인프라 추가를 위한 논리로도 이용되어 왔다. 대회를 위해 ‘전북으로 향하는 고속네트워크가 필요하다’(전북연구원)는 이유다. 2018년 전북도는 새만금 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요청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잼버리 개최였다. 정부는 이듬해 1월 예타 면제를 결정했다. 잼버리 공동위원장인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전북도민일보에 예타 면제를 환영하는 기고를 하며 "잼버리를 유치한다면 새만금의 성공적인 조기 개발이라는 전라북도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유치를 제안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참가자들이 8일 태풍을 피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사실상 조기 종료됐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새만금 개발이 시작될 때부터 계속되던 정치적 한탕주의가 잼버리에서도 반복됐다”며 “생태환경과 어업이 다 무너지는 대가로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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