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3차 병상 수급 기본 시책' 수립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정부 승인받아야
수도권에 들어설 대학병원 분원은 규제 못 해
정부가 서울 빅5(아산·세브란스·서울대·삼성·서울성모)를 포함한 대형병원의 병상 확장 경쟁을 막기 위해 '병상 사전 심의·승인제'를 도입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환자 및 의료진의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대형병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분원 건설이나 100병상 미만 의료기관 신설에 대한 규제책이 없어 정책 효과가 반감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8일 앞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제3차 병상 수급 기본 시책(2023~2027)'을 수립 발표했다.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병상 난립의 근원으로 꼽히는 이들 대형병원에 한해, 시도지사가 보유한 병원 개설 허가권을 정부가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의료기관 유치를 위해 허가를 남발한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다. 100~300병상 미만 시설은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게 하고, 이 과정에서 복지부와 협의하도록 절차를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완공 후 허가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부지 매입 전에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올해 정기국회 때 처리할 방침이다. 또 10월 말까지 지역 상황을 고려한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을 만들어 병원 개설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OECD 병상 1위 국가… 의료비 상승 부추길 요소
정부가 병상 규제 칼날을 빼든 건 빅5와 대학병원의 병상 경쟁이 의료체계를 뒤흔들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 병원이 전국적으로 환자 및 의사·간호사를 끌어들이는 바람에 지방의료가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붕괴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환자·의사 다 빨아들인 '빅5'... 분원 늘려 지방까지 독식 채비]
이미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병상 1위 국가다.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4.3개)의 3배다. 정부는 2027년 10만5,000병상이 과잉 공급돼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많아지고 결국 국민 의료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빅5와 대학병원들은 이미 수도권 분원 건립을 확정한 상태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의료원의 인천 송도·청라 분원 설립을 시작으로 2028년쯤 수도권에만 6,000병상이 새로 생긴다. 복지부는 이미 행정 절차가 시작된 병원 신설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2차관은 "계약이 진행된 곳은 보호해 줘야 하고, 기존 병상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면서 "장기적으로 수가 조정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감축되거나 기능 전환 등을 통해 적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