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심상정 의원실 주최 토론회
"건설사들은 공기(공사기간)를 단축해 임대료나 현장 유지·관리비를 절약해 이윤을 극대화합니다. 이번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 원인에 감리 문제나 LH 책임도 당연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건설 업계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무리한 공기 단축, 건설 기능인 대신 저숙련 외국 인력을 헐값에 데려다 쓰는 안일함이 핵심 원인입니다."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노동안전연구원장
올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들의 철근 누락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며 '순살 아파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건설사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무리한 공사 속도전 등 건설 현장 전반의 악습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토론회에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베테랑 노동자들이 참석해 직접 경험한 부실시공 실태를 증언했다.
17년 차 철근 노동자인 한경진씨는 사태 발생 원인으로 ①숙련공 부족과 ②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진행을 꼽았다. 한씨는 "전국 어느 아파트 현장이든 골조(뼈대) 공정에 투입된 인력 70~90%가 미숙련 이주노동자"라며 "관리자 1명이 이주노동자 20~50명을 데리고 작업 지시와 시공상태 점검을 겸하다 보니 철근이 누락되거나 규격에 안 맞는 게 사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철근 작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원청 건설사가 타설 날짜를 잡아 재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실제 건설노조가 7, 8일 건설 현장 노동자 2,511명 설문조사를 한 결과, 건설사로부터 공기 단축을 강요받고 있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9명(89.4%)꼴이었다. 잇따른 부실시공 원인(중복응답)으로는 △불법도급(73.8%) △무리한 속도전(66.9%) △부실 감독·감리 부재(54.0%) △미등록 이주노동자 초착취(52.1%) 등이 꼽혔다.
30년 경력의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씨는 "건설사(원청)가 덤핑을 해 생산원가를 후려치면 레미콘(굳지 않은 콘크리트) 공장에서 이윤을 위해 비싼 자재는 60% 이하로 줄이고, 싼 석탄재 비율을 높이는 등 배합 불량 문제가 발생한다"고 증언했다. 레미콘 품질 검사를 할 때도 레미콘 제조사와 건설사가 입을 맞춰 어떤 차량을 검사할지 정하는 등 부실 감독 문제도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입주 예정자 어광득씨는 "부끄럽지만 저 또한 사고 전에는 아파트가 빨리 올라가기만 바랐지만, 지금 와서 보니 말도 안 되는 공기로 빨리 지어 팔려는 건설사와 눈감아준 감리 등이 중첩돼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시민 안전을 위해 적절한 속도로, 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보장하며 제대로 집이 지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건설현장은 표준화가 어려워 여러 현장을 두루 경험해 숙련된 사람이 곧 재산"이라고 강조하며 '적정임금제' 도입을 통해 숙련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기능 인력을 육성·관리할 방안을 시행해야 하고, '안전 시공팀' 제도를 도입해 현장 인력 50~60%를 기능공으로 의무 고용하게끔 만들어야 실질적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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