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전과제가 점증하고 복합위기가 부상한 가운데 이에 대처할 의지와 능력 모두를 구비한 한미일 정상이 이달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오직 3자 정상회담만을 위해 처음으로 한미일 정상이 모인다는 점에서 회담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정치 차원의 희소성과 역사성이 높다. 나아가 정례화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새로운 소다자 아키텍처로 진화될 잠재력도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 가지 핵심퍼즐을 풀어보면 한미일 정상회담의 면면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무엇이 이와 같은 역사적 회담을 가능하게 했을까? 사실 한미일 정상회담은 구조적 요인과 촉발적 요인의 협업하에 가능했다. 구조적 요인은 신냉전으로 대변되는 변화하는 국제정치다. 신냉전 구도가 강해지면서 현상변경 시도가 점증하고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복합위기도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유엔 기능은 되레 약화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러시아의 두둔으로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가 개점휴업이다 보니 이 사안을 유엔 총회로 가져가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지역적 도전에 대처할 새로운 아키텍처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구조적 요인만으로 역사적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한미일 정상의 비전과 의지라는 촉발적 요인이 함께 가동되어 새로운 모멘텀을 맞게 된 것이다. 이러한 촉발적 요인의 리더십을 주도적으로 발휘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한미일 정상회담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올라선 상태다.
둘째, 그렇다면 한미일 3국은 무슨 공통점이 있기에 새로운 아키텍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일까? 먼저 한미일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지' 차원의 공통점이 있다. 나아가 3국은 모두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에 속하는 선진국이라는 점에서 '능력'도 이미 구비되었다. '의지'는 인도-태평양전략과 같은 정책을 태동시키고, '능력'은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자원 동원이 가능한 국가임을 보여준다.
셋째, 한미일 정상회담은 어떤 기대효용이 있을까? 우선 북핵 상쇄를 위해 전략적, 작전적 차원 모두에서 대북 공조를 시스템화할 수 있다. 세 나라가 안보리에서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될 2024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오커스, 쿼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새로운 소다자 아키텍처로 진화될 수 있는 교두보도 마련할 수 있다.
한미일 아키텍처가 지속가능성과 효과성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국내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플랫폼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의 구속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화·정례화시켜야 한다. 또 한미일 아키텍처가 신냉전 구도를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 분야에 상대이익이 아닌 절대이익 개념을 접목한 정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3대 협력원칙 중 하나인 '포용'이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제 확대가 필요하다. 한미일 정상은 이미 지난해 프놈펜 성명을 통해 대북 공조,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 안정, 인도-태평양 번영 협력 등에 대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제는 이러한 의제를 세심하게 챙기면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협력, 집단적 경제안보 등으로 의제를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미일 정상회담이 글로벌 도전과 복합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소다자 아키텍처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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