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서 발생해 이틀째 계속... 시설 271곳 피해
유명 관광지 라하이나에도 번져... 2100명 대피
"기후변화 따른 장기적 추세로 화재 위험 커져"
세계적인 대표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를 화마(火魔)가 집어삼켰다. 초대형 산불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유명 관광지가 잿더미로 변한 것은 물론,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와이주(州) 마우이섬 세 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현재까지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2,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시설물 271개도 파괴됐다.
이번 산불은 전날 새벽 발화해 이날 오후까지 40시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마우이 소방당국은 쿨라 지역에서 8일 0시 22분쯤 첫 산불이 신고됐고, 몇 시간 후 라하이나와 킬레이 지역에서도 또 다른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마우이섬 주요 관광시설이 밀집한 라하이나에선 상점과 식당까지 화염에 휩싸여 약 2,100명이 대피했다. 주요 공항인 카훌루이 공항은 폐쇄됐다가, 이날 오후 3시 50분쯤부터 관광객들을 섬 밖으로 내보내는 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라하이나 주민 티아레 로런스는 AP통신에 "통신망이 단절돼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었다"며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있고 종말론적"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마우이 당국을 인용해 "일부 주민은 연기와 화재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어야만 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산불 피해를 키운 직접적 요인으로는 하와이 남동쪽에서 발달한 허리케인 '도라'가 지목됐다. 마우이 남쪽으로 800㎞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마우이에 순간 최대 풍속 128㎞/h에 달하는 돌풍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거센 바람이 산불을 급속히 번지도록 했고, 진화 작업도 가로막았다는 얘기다.
미치 로스 하와이 카운티 시장은 "돌풍 때문에 헬리콥터를 동원할 수 없었다"며 "나무와 전봇대가 도로 위로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다만 도라는 계속 서진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마우이 남서쪽으로 1,200㎞ 이상 지점으로 멀어졌다. 마우이 카운티는 오후 3시부터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80㎞로 잦아들었다고 발표했다. 또 산불 진화용 헬리콥터 4대와 치누크 헬기 2대를 배치해 라하이나 마을 주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번 산불을 낳은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와이는 원래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었으나, 최근 강수량이 줄고 허리케인 규모도 커지면서 화재 위험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조시 스탠브로 전 호놀룰루 최고재난복원책임자(CRO)는 뉴욕타임스에 "화재 위험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장기적 추세의 일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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