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성과급 책정 기준인 KPI 포함 항목
6월 사건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 안 해
경남·국민 이어 대구은행까지 임직원 비위
금감원장 "법령상 최고 수준, 책임 물을 것"
대구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예금 연계 증권 계좌 1,000여 개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횡령 사건, 미공개정보 이용 부당이득 편취에 이은 또 다른 비위 사건이 터지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시스템이 먹통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 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전날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여러 영업점에 소속된 복수의 직원들에게서 같은 혐의가 발견된 만큼, 금감원은 불법 계좌 개설이 조직적 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직원들은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고객 명의를 도용했다. 이들은 고객이 증권 계좌를 하나 개설하면, 이 신청서를 복사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증권사 계좌를 만들었다. 증권사 계좌 개설 수가 승진과 성과급 책정의 기준이 되는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객이 계좌가 개설된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계좌 개설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SMS)를 차단하는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제 막 검사를 시작한 단계라 연루된 직원 수와 이들이 개설한 계좌 수 등이 정확히 파악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행히 생성된 계좌가 다른 용도로 이용된 정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보고 누락 의혹도 사고 있다. 금감원의 이번 긴급 검사는 외부 제보가 계기가 됐다. 대구은행은 6월 말 이미 직원들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자체 감사만 진행하고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 측은 "대구은행이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구은행 측은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감사에 착수,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의도적 보고 지연이나 은폐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은행권에서 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경남은행에선 간부급 직원이 7년간 총 562억 원을 빼돌린 대형 횡령 사고가 터진 데 이어, KB국민은행에서도 직원들이 약 2년간 내부정보를 이용해 총 127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금융당국은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 금융사 행사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비위 당사자는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당국 보고를 지연시킨 이들의 책임 또한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냐는 질문엔 "은행의 부수 업무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 최고위층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내부통제 중요성을 강조해온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에는 "허위보고 등을 놓친 당국 자체 관리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최대한 점검하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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