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월만에 또 같은 사고로 50대 숨져
지난해 '1000억 안전 투자' 약속 공염불
'SPC 목록' 재공유 등 불매 운동 거세져
“이번 사고로 불매 의지가 더 강해졌어요.”
8일 SPC그룹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기계 끼임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50대 노동자가 이틀 만에 끝내 사망했다. 또 다른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스물셋 여성노동자가 비슷한 사고로 숨진 지 꼭 10개월 만이다. 사망만 아니었을 뿐, 그 사이 안전사고는 5건이나 더 있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1,000억 원 투자를 공언한 회사의 약속은 허울에 불과했다. 직장인 장모(25)씨는 10일 앞으로 SPC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사람이 다치고 죽어가면서 만든 빵은 안 먹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허울 불과했던 설비 강화 약속
SPC 제품 불매 운동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해 10월 끼임 사망 사고 후 허영인 SPC 회장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사고가 터졌고, 급기야 노동자가 또 숨졌다. 소비자들은 “이 정도면 회사가 노동환경을 방치한 수준”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다.
소비자를 분노케 하는 이유는 하나다. 10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죽음의 원인이 안전관리 소홀에 있는 탓이다. 숨진 A씨는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옮기다 상반신이 끼어 변을 당했다. 그러나 반죽 기계엔 ‘비상 멈춤 스위치’만 있을 뿐, 위험을 감지했을 때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상태를 살피지 않고 기계를 작동시킨 동료의 실수가 1차적 원인이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2중, 3중의 보호막은 전혀 구비돼 있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특히 지난해 사고 후 고용부 요구 사항을 SPC 측이 제대로 반영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당시 회사는 거액을 들여 “연동장치(인터록), 안전 난간, 안전망, 안전 덮개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펜션·식당도 "SPC 제품 안 써요"
SPC는 이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거듭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6차례나 반복된 사고에 소비자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미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해시태그(#)를 활용한 불매운동이 거세다. 이용자들은 ‘#SPC’ 같은 키워드와 함께 SPC 계열사 및 브랜드 명단을 정리한 표부터 이 회사 빵을 납품받는 업체 목록까지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SPC 불매를 언급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는 아예 공식 SNS에 “다시 한번 SPC 불매를 호소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SPC 브랜드를 향한 부정적 인식은 포털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검색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검색어 SPC에 붙는 연관 검색어는 3위 SPC 브랜드, 6위 SPC 불매 이유, 9위 SPC 불매 리스트였다. 10위까지 나머지 검색어도 끼임 사고와 관련이 있었다. 경기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최모(69)씨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사고 소식에 놀라 SPC 빵과 음료 대신 타사 제품을 손님들께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짝 타올랐다 꺼졌던 지난해와 달리 지속적인 불매 운동 조짐도 감지된다. 당장 모든 SPC 제품을 끊으면 스트레스로 쉽게 포기할 수 있으니 가능한 범위 내에서 꾸준히 불매를 실천하고, 주변에도 무작정 강요하기보다 합리적 이유를 설득하자는 것이다. 1년 넘게 이런 식으로 생활 속 SPC 불매 운동을 실천한 직장인 최모(29)씨는 “대체재를 찾거나 돈을 아낀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이제 나에게 불매는 운동이 아닌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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