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새마을금고 사태 여파 겹쳐
주택 매매는 회복세 뚜렷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끝나면서 한동안 안정되는 듯했던 대출금리가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대출금을 끌어모아 집을 사려는 수요는 꺾이지 않아 가계부채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080~6.922로 집계됐다.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4%대로 올라오고, 상단은 7%에 근접했다. 4월 말 연 3.76~5.86%까지 낮아졌던 혼합형(고정) 주담대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도 7일 기준 3.85~5.94%로 높아졌다.
대출 금리가 꿈틀대는 건 시장 금리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①우선 ‘기준점’ 격인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 금리를 자극했다. 올 들어 3% 중반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일 장중 4.179%까지 치솟으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 재무부가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늘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30년 만에 ‘AAA’에서 ‘AA+’로 낮추고, ‘큰손’ 일본·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 파는 등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요인도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때 완화했던 순현금유출 대비 고유동성자산 비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정상화하자 ②은행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달 ③새마을금고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대응을 위해 보유 중인 채권을 대량으로 팔면서 채권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더 부추겼다. 이에 고정형 주담대 지표금리인 은행채(5년, AAA) 금리는 4일 기준 4.353%로, 4월 중순(3.835%)보다 크게 올라 연초(4.373%) 수준으로 회귀했다.
④예금 금리 오름세 역시 대출 금리 원가 상승을 유발하는 요소로 꼽힌다. 변동형 주담대 지표금리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두 달 연속 올라 6월 3.7%로 1월(3.8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대출자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주담대 잔액이 줄기는커녕 다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 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갈아치웠다. 주담대가 6조 원 늘면서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탓이다.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자 주택 구매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통상 매매 계약 후 2, 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가 실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월 1,412건에서 6월 3,852건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고, 전국적으로도 6월 3만6,000건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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