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없어, 대구 사망·실종 2명은 안전사고
수증기와 백두대간 만나, 강원 영동엔 극한호우
내륙을 관통하는 경로로 전국을 긴장하게 했던 태풍 ‘카눈’이 북한으로 넘어가 소멸됐다. 이번 태풍으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379건의 크고 작은 시설 피해가 속출했고, 농작물 피해 규모도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한다.
11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날 대구 군위군의 한 하천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67세 남성이 끝내 사망했고, 대구 달성군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60대 남성이 소하천에 추락한 후 실종됐지만 자연재해 탓이 아닌 안전사고로 일단 분류됐다. 현재 사망자의 사고 원인은 파악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인명 피해 현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전국적으로 공공시설 196건, 사유 시설 183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도로 침수ㆍ유실은 70건(부산 39건, 경북 19건 등)이며 토사 유출은 6건, 제방 유실 10건, 교량 침하 2건, 가로수 쓰러짐을 포함한 기타 103건 등이다. 주택 침수는 30건(강원 19건, 대구 11건)이며 주택 파손은 3건이 집계됐다. 상가 침수는 16건(대구 15건)이며 토사 유출은 8건(부산 7건), 간판 탈락 등 기타는 124건이다.
특히 사흘간 400㎜ 안팎의 극한호우가 쏟아진 강원 영동지역의 피해가 컸다. 강원지방기상청 집계 결과, 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내린 비는 속초 402.8㎜, 삼척 궁촌 387㎜, 강릉 346.9㎜, 고성 대진 341.5㎜, 양양 하조대 305㎜, 동해 264㎜ 등이다. 태풍이 끌어들인 동해바다의 수증기와 백두대간이 만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속초에는 전날인 10일 오후 2시쯤부터 시간당 91.4㎜, 고성에도 비슷한 시각 시간당 8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져 주민 170여 명이 급히 몸을 피했다. 고성 거진읍 주민 김모(72)씨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 집 앞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농작물 침수나 낙과 등 피해 규모는 오후 6시 기준 여의도(290㏊)의 5배에 달하는 1,565ha다. 농경지 11.3ha도 유실됐다. 비닐하우스 2.1ha, 인삼시설 0.2ha가 파손됐고, 돼지 173마리 등 가축 309마리가 폐사했다.
피해는 주로 경북ㆍ경남에 집중됐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4.9m(부산 가덕도 관측)를 기록하는 등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 탓이다. 경북은 농지(242.9ha), 낙과(409.8ha) 피해 모두 컸는데, 주로 재배하는 사과가 직격탄을 입었다. 이어 경남(352.6ha) 전남(219.1ha) 제주(158.0ha) 대구(146.0ha) 강원(21.6ha) 순으로 피해가 컸다. 중부 지역은 다행히 큰 피해를 비껴갔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태풍 중대본을 해제하고, 풍수해 위기경보 역시 최고 수준인 ‘주의’에서 ‘관심’ 단계로 낮췄다. 지난 7일 오후 6시쯤 중대본 2단계를 가동한 지 93시간 만이다.
태풍은 물러갔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17개 시ㆍ도 126개 시ㆍ군ㆍ구에서 발생한 1만5,883명의 일시 대피자 가운데 4,495명이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고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여객선 25개 항로 29척의 운항이 중단됐으며, 항공기는 17편이 결항됐다. 철도는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정상 운행 중이다. 도로는 676곳이 통제됐고, 둔치주차장 296곳, 하천변 605곳, 해안가 199곳도 통제 상태다. 국립공원 20개 공원 551개 탐방로와 숲길 전 구간도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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