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청소년들이 오는 국가적 행사인데 조금은 인내해야죠.”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만난 김관복(63)씨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로 인한 ‘불금(불타는 금요일)’ 교통통제에도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한국을 찾은 손님들이니 하루 정도는 참아줄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아침부터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아수라장이었다. 교통통제는 오후 2시부터 시행됐으나, 경기장에 입장하려는 행사 진행 관련 차량이 대거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오전 11시쯤에는 경기장 앞에 차량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면서 상암사거리 방향 도로가 꽉 막혀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도착 예상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버스가 오지 않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주민 최모(52)씨는 “잼버리 관련 행사가 경기장에서 열리는 건 알았지만, 교통통제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정부의 홍보 부족을 꼬집었다.
오후 2시가 되자 각국 잼버리 대원들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오후 2~6시 전국 8개 시도에 흩어져 있는 4만 명 넘는 스카우트들을 1,100여 대 버스에 나눠 경기장까지 실어 날랐다. 경찰은 구룡사거리~경기장사거리 2㎞ 구간 양방향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다행히 순차적으로 버스가 입장하면서 오전보다 정체는 심하지 않았다. 버스 주차장도 6곳으로 분산 배치해 비교적 이동이 수월했다.
스카우트들은 버스 하차 후 도보로 경기장까지 이동했다. 비가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고르지 않아 길게는 3㎞나 걸어야 했지만, 뉴진스 등 K팝 스타들의 실물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벨기에에서 온 마우라(17)는 들뜬 표정으로 “BTS(방탄소년단)가 불참해 아쉽지만 신곡 '슈퍼 샤이(Super Shy)'를 자주 따라 부르는 뉴진스가 와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칠레 스카우트를 인솔한 발렌티나(22)는 “서울은 친절한 시민과 아름다움을 갖춘 도시”라고 극찬했다.
다만 모든 행사가 끝나는 오후 9시부터 퇴장하는 잼버리 대원들 버스와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교외로 빠져나가는 차량이 몰려 늦은 밤까지 교통혼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암동에 사는 강성영(20)씨는 “안 그래도 금요일이라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오후 11시까지 통제하는 건 과하다”고 지적했다.
잼버리 공식 일정은 12일 마침표를 찍지만, 정부는 나라마다 출국 일정이 다른 만큼 지원을 계속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잼버리 대원들이 원하면 숙소 등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독일, 호주 등 일부 국가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과 관광 등 추가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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