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 토크 #27] 여성을 위한 제품으로 새 시장 만드는 여성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늘씬한 백인 여성들의 런웨이 쇼로 유명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달라졌다.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내고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속옷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노브라웨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레디빅 역시 브라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의류, '패드온웨어'를 선보이며 여성 속옷, 의류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고 있다.
- 브랜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여성브랜드 레디빅(LadiVic)과 일리삶(‘1’2’3)은 브라를 착용 없이도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레디빅은 좀 더 고급 브랜드라고 보시면 되는데, 원단과 디자인도 직접 하면서 부티크 스타일로 진행하고 있고요. 몸에 닿는 소재는 최고급으로만 쓰고 있어요. 일리삶은 보다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매일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레디빅에서 먼저 시도를 했었던 것을 일리삶이라는 브랜드로 재탄생시킨거죠."
- 하루에 한 번씩 디자인이 나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 신제품을 매일 내놓는다는 말인가요?
"저희는 이미 디자인된 세상의 모든 옷을 노브라화할 수 있어요. 저희 협력사들이 가지고 있는 1차 가공되어 있는 옷들에 레디빅이 특허출원한 기술을 접목해서 선보인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신제품을 매일 내놓는다 해도 과언은 아니죠."
- 특허출원 중인 기술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노브라웨어는 옷 자체에 브라가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저희는 노브라를 하자는 구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선택지를 주자는 데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착이 가능하도록 되어있고요. 몸에 맞도록 패드나 끈 조절이 가능하게끔 설계했어요. 그래서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뗐다 붙였다하면서 입을 수 있는거죠."
- 옷에 브라를 입힌다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사실 레드빅은 '노브라'라는 단어보다 '패드온웨어'라는 단어를 전파하려고 해요. 노브라라는 단어는 아직 인식도 약간 부정적이고, 주는 어감도 비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브라를 착용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았어요. 패드온웨어는 '브라 패드스 온더 웨어'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패드가 옷 위에 있다는 의미잖아요. 어떤 옷을 입고 안 입고를 선택하는 것처럼, 역으로 옷에 브라를 입힘으로써 브라의 착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창업에 도전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특별한 창업 계기가 있나요?
"십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불편했던 것 중 하나는 아침마다 속옷을 입어야 하는 사실이었어요. 시중에 나온 노브라웨어도 사서 입어봤지만, 회사 생활을 하며 노브라웨어를 입고 출근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사람마다 가슴 모양은 모두 다르니 엄청 편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회사갈 때, 데이트할 때, 여행갈 때도 입을 수 있는 노브라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패션은 잘 모르는 분야였습니다. 발품팔아 디자이너, 샘플제작실을 찾아다니며 사업을 준비했어요.
-사업화를 하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상품화를 위해 공장도 최소 50곳은 방문한 것 같은데, 처음엔 생산이 어렵다고 모두 거절당했어요. 사장님들은 레디빅 제품이 굉장히 도전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속옷과 옷을 함께 만들어야 하니 난이도가 높았던 거죠. 대개 속옷 공장과 옷 공장은 분리가 돼 있거든요. 발상을 조금 바꿔봤어요. 첫 시작부터 대량생산은 어렵겠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샘플실에서 제 몸에 맞는 옷 하나를 만들어 입고 다녔어요.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조금씩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고객들껜 양복점에서 소량만 주문제작하며 판매했고, 그게 레디빅의 시작이 됐습니다. 지금은 좋은 사장님들을 만나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홍보 역시 소상공인에겐 쉽지 않은 과제인데요.
"초반에는 개인 SNS만으로만 홍보를 했어요. 그래도 한 번 입어보신 분들은 호평을 주셨고, 신제품을 기다려 주셨습니다. 재구매율이 78%정로 매우 높은 편이에요.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수치입니다. 여전히 광고를 많이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신규 유입은 적지만, 입어보신 분들은 계속 우리 옷을 찾아주세요. 지인에게 선물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 것들이 저희한테는 의미가 정말 깊죠."
-여성 속옷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트렌드인데요. 이전과 달라진 것을 느끼시나요.
"여성 스스로의 인식도 많이 바뀐 것을 체감합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며 필요한 부분이지만, 우선 나의 일과 생활에 집중하고 방해를 주지 않는 옷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레디빅이 패드온웨어라는 단어를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세상에 이런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였고요.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그동안 느낀 불편함에 대해 고객들이 공감해주실 때 무척 뿌듯합니다."
-레디빅이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한때 당연했던 코르셋을 지금은 입지 않는 것처럼, 브라를 착용한다는 개념이 어색한 세상도 오지 않을까요? 아르마니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재킷과 바지를 직장 여성에게 선사했고, 디올은 코르셋과 치렁치렁한 치마를 잘라내 여성의 활동성을 넓혀주었습니다. 프라다 역시 백팩을 만들어 여성의 손을 자유롭게 했고요. 아직 레디빅은 소상공인기업이고 그 시작은 미미하지만, 여성이 일과 삶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패드온웨어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브라는 선택할 수 있다는 발상이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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