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전통시장] <28>인천 송도역전시장
옛 수인선 송도역 앞 사람·물자 북적 성황
수인선 중단·송도유원지 폐원 후 고객 줄어
첫걸음 사업, 특성화 시장 지정 부활 꿈꿔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 역전시장. 한 식당 입구에 설치된 무인 주문 결제기(키오스크) 주위를 시장 상인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상인들은 키오스크 사용법을 설명하는 ‘송도 역전시장 첫걸음사업단’ 관계자 말을 한마디도 빼놓지 않으려는 듯 귀를 기울였다. 키오스크 교육은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어졌다. 사용법을 정리한 종이를 보면서 터치 스크린을 눌러 주문과 결제를 해본 상인들은 키오스크를 어떻게 설치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 질문을 쏟아냈다.
송도 역전시장이 60년 역사를 발판 삼아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 시장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특성화시장 첫걸음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2억5,500만 원을 받았다. 서비스 혁신과 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 향후 특성화 사업을 위한 추진 기반을 사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날 키오스크 교육도 첫걸음사업의 일환이었다.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으로 선정되면 2년간 최대 1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희진 첫걸음사업단장은 “수인선과 같이 발전한 송도 역전시장은 오랜 역사를 지닌 작지만 알찬 시장”이라며 “첫걸음사업에 이어 내년에 특성화시장 지정에 성공한다면 구조적 개선 등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짝시장'에서 '역전시장'으로
송도 역전시장은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옛 수인선 송도역 앞에 사람과 물자가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는데, 개장 시기는 1957년 12월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상설시장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영업하고 닫는다고 해서 ‘반짝시장’이나 ‘장마당’으로 불렸다.
송도 역전시장은 경기 수원역에서 안산ㆍ시흥을 거쳐 인천항역까지 총 연장이 52㎞나 됐던 옛 수인선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1937년 7월 개통한 옛 수인선은 1973년 7월 남인천역~송도역 구간이 폐지됐다. 노선이 단축되면서 종착역이 남인천역에서 송도역으로 바뀌었는데, 이 덕에 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임동환 송도역전시장 상인회장은 “(옛) 수인선이 송도역에서 끊기면서 안산ㆍ시흥 등 각지의 보따리상이 송도 역전시장으로 몰렸다”며 “수인역(남인천역) 앞에서 쌀가게를 했던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일대 상인들이 송도역 앞으로 옮겨온 것도 그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1994년 9월 옛 수인선 노선이 안산 한양대역에서 끊기고 송도역도 문을 닫으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이듬해 12월에는 옛 수인선 운행이 완전히 중단됐다. 전국 최초의 국가지정관광지(1961년 지정)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던 인공 해수욕장 송도유원지가 2000년대 들어 이용객이 급격히 감소한 것도 시장 입장에선 큰 악재였다. 한 시장 상인은 “여름이면 수영복 차림의 피서객들로 시장이 북적였지만 송도유원지가 2011년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특성화시장 지정 도전, "3년 뒤 기대"
60년 넘는 역사를 지녔건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인정시장’이 된 건 불과 3년 전인 2020년 1월이다. 임동환 상인회장은 “과거엔 이런 일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게 사실”이라며 “이젠 정식으로 등록돼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송도 역전시장은 첫걸음 사업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점포ㆍ상인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가격ㆍ원산지 표시 등 서비스 혁신 △모바일 활용 교육 등 상인 역량 강화 △대학생 팸투어 등 활성화 이벤트를 추진한다. 또 ‘송도역 전시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장을 전시장처럼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 단장은 “송도 역전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 이름을 얘기했을 ‘송도역 전시장이오?’라고 되묻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앞서 연수문화재단 등이 시장 입구와 광장에 과거 수인선을 지나던 협궤열차 등을 추억하는 작품을 전시하고 시장 아케이드 양쪽에 벚꽃과 단풍으로 봄과 가을을 형상화한 작품을 설치하는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은 적도 있어 상인들인 ‘송도역 전시장’ 프로젝트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송도 역전시장은 다음 달부터 두 달간 팸투어와 나눔 포장마차, 송도역 반짝 마켓, 동행축제, 어린이 전통시장 체험행사 등을 잇따라 열 예정이다. 이 역시 내년 문화관광형 특성화시장으로 지정받기 위한 준비다. 시장의 규모는 노점 2곳을 포함해 77개 점포로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작지만 2대째 이어오는 쌀가게와 방앗간, 문을 연 지 30년이 넘은 한약방 등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있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첫걸음사업단 측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고객으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점포와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도록 돕는 ‘백년가게’ 인증을 앞두고 있는 곳이 있다”며 “가게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점포도 있다”고 설명했다.
옛 송도역사를 복원해 전시와 추억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송도역사 복원공사’가 내년에 마무리되고 이듬해 수인선 복선 전철(수인ㆍ분당선) 송도역 KTX 환승센터가 들어서면 ‘제2의 전성기’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임동환 상인회장은 “현재 공사나 재개발이 추진 중인 시장 주변 아파트 단지 입주가 수년 안에 이뤄진다”며 “시장이 사람들로 다시 북적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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