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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세안 3국 ‘새 리더’들과 스킨십 강화... ‘친중 분위기’ 공고화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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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세안 3국 ‘새 리더’들과 스킨십 강화... ‘친중 분위기’ 공고화 나섰다

입력
2023.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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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동남아 3개국 순방
모두 최근 지도자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
'철통 우정'서 변화 바람 불 수도 있는 탓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에서 훈마넷 캄보디아 차기 총리 지명자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프놈펜=EPA 연합뉴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에서 훈마넷 캄보디아 차기 총리 지명자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프놈펜=EPA 연합뉴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새로운 리더’들을 확실한 우군으로 삼으려는 중국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차례로 방문해 이들 3개국의 신세대 지도자들과 스킨십을 쌓는 데 각별한 공을 기울인 것이다. 원래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들이긴 했지만, 권력 지형 변화와 맞물려 모호성이 커진 만큼 ‘친중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쐐기를 박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캄보디아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캄보디아를 찾아 이 나라의 훈센 총리와 훈마넷 차기 총리 지명자를 예방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캄보디아의) 새 정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캄보디아가 국제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발휘하도록 (중국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훈마넷 지명자는 훈센 총리의 장남으로, 오는 22일 신임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소속 국가 중 중국의 최대 우방국으로 꼽힌다. 훈마넷 지명자를 향해 왕 부장이 ‘부친의 대(代)를 이어 중국과의 친분을 강화하자’는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훈마넷 지명자도 “캄보디아 평화와 안정 실현은 중국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왕 부장은 지난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로렌스 웡 부총리를 만났다. 12일에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예방했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1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안와르 이브라임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페낭=로이터 연합뉴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12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안와르 이브라임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페낭=로이터 연합뉴스

왕 부장의 이번 순방은 ‘중국 견제’가 핵심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는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작인 ‘일대일로’ 구상 10년을 맞아 아세안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실제 그는 3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은 단극 패권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신흥국 발전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의 발전은 세계 각국, 특히 주변 국가들에 오래 지속될 보너스(紅利·홍리) 및 발전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중국과의 우의를 다지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왕 부장이 권력 교체기에 있는 나라들만 방문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는 ‘부자 세습’ 논란이 있긴 하나, 38년 만에 국가 정상이 바뀐다. 싱가포르의 웡 부총리는 지난해 차기 총리로 지목됐고, 2025년 총선 전후쯤 권력을 이양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말레이시아 이브라힘 총리도 권좌에 오른 지 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취임 7개월 만에 돌연 해임된 친강 전 외교부장에 이어 다시 중국 외교 수장으로 복귀한 왕 부장이 아세안 10개국 중 이들 3국에만 간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왕 부장의 순방은 동남아 지역의 새 지도자들과 계속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중국의 열망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샤론 세아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샥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새 리더들이 (미중) 양자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직접 느끼는 것이 중국의 우선순위”라고 짚었다. 그동안 구세대 지도자들과 ‘철통같은 우정’을 이어 오긴 했지만, 신세대 지도자들이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라는 말이다. 세아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 지역에 대한 베이징(중국)의 민첩한 지원이 결실을 맺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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