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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거짓말

입력
2023.08.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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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의 마음 읽기]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인과의 대화. 공부보다 친구와 노는 걸 더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거짓말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 한다. 요즘 들어서는 입만 열면 거짓말인 것 같아 아예 믿지 못하는 엄마가 정상인지를 묻는다.

학령기 이후의 청소년은 본인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며 거짓말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일종의 대인관계 기술로서 거짓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학원을 빠지거나 숙제를 빼먹고, 혹은 먹지 말라는 탄산음료를 먹다 들켰을 때, ‘혼나지 않으려고’ ‘엄마 화내지 않게 하려고’ ‘책임지지 않으려고’ 혹은 그저 부끄럽고 당황스런 마음을 감추려는 마음에 뻔한 거짓말을 하곤 한다. 현실엔 정직한 소년 ‘링컨’ 이야기는 별로 없다.

흔히 무서운 가정 환경, 거부적이고 믿어주지 않는 양육자, 혹은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한 경우에 거짓말을 자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일시적인 한 두번의 거짓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정교육을 받으면서 학교 등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성숙해질 것이고, 점차 스스로의 말을 관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하면 흔히 양심에 찔리고 부적절감과 인지부조화를 느끼게 마련인데, 이들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인의 이익과 결부되는 경우에는 발달한 인지 기능으로 이를 합리화하고 스스로의 말을 진심으로 믿어버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입으로는 정의와 선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자녀를 유학 보내고 돈 보내는 교육자,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가?

기득권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법전원·의전원이 만들어졌지만 실상은 기존의 고전적 입시 체제에서 진학을 하지 못하는 자녀들이 세컨드 찬스를 얻는 기회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보지 않는가? 그들은 마치 시험 공부만 한 사람보다 다양한 인생 경험이 더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그들의 가족적 욕망의 추구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올바른 것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내면적인 음험한 욕망을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은 대의명분에 충실하고 정직한 사람과 그 명분을 선전과 브랜드로만 사용하는 위선자로 나뉜다.

더구나 비슷한 목적과 이유를 가진 사람들은 취미가 맞는 사람들이 모이듯이 무리를 형성한다. 공동의 이익을 관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서로의 거짓말을 방어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혹시 이를 알아채는 사람들에게는 ‘너를 어떻고?’ 라는 말로 비난하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이건 마치 미성숙한 소년들이 싸울 때 상대를 비난하고, 네가 한 짓이 더 나쁘다며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거짓말을 일삼고 이를 믿는 사람들은 정직함과 신뢰감이라 말하는 인테그리티(integrity)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 불편하지 않다. 사회나 조직에서 필요한 인재로서 지능과 열정은 차고 넘치는데, 정작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결국 그 조직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콩트스콩빌은 “윤리적이라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윤리주의자가 되는 건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적인 것과 윤리주의자는 다르다는 말이다.

사회 속에서 거짓말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우선 침착해야 한다. 화를 내게 되면 진실과는 다른 문제에 휩쓸려서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는 이야기의 근거는 무엇인지,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이 좋은 것과 그 사람의 말이 틀린 것은 별도의 문제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그의 말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자. 내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 전체가 이익을 보고 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몇 사람이 이익을 보고 말 일인지 생각해보면 판단하기 쉬워질 것이다. 토머스 에디슨이 말처럼 믿음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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