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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사회적 재난… '7말8초 쉬어가기'로 온열질환 사망 0명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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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사회적 재난… '7말8초 쉬어가기'로 온열질환 사망 0명 만들자"

입력
2023.08.16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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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건강을 위협하다]
기후보건영향평가 참여 황승식 서울대 교수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4일 전남 영암 월출산기찬랜드 물놀이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4일 전남 영암 월출산기찬랜드 물놀이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7말 8초(7월 마지막 주~8월 첫째 주) 전 국민 쉬어가기가 필요합니다. 온열질환 사망자를 0명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제6호 태풍 '카눈'이 근접하며 폭염이 잠시 누그러졌던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파격적인 온열질환 대책을 제시했다. '온열질환 사망자 제로 프로젝트'란 이름도 붙였다.

수년 전부터 정부와 학계에 제안하고도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황 교수는 절박한 심정으로 '제로 프로젝트'를 다시 제안한다고 했다. 장마 때만 해도 예년보다 적었던 올해 온열질환자 수가 지난달 말 장마 종료 이후 들이닥친 폭염으로 순식간에 불어난 현실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13일 기준 29명으로, 기록적 폭염의 해였던 2018년(4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황 교수가 7말 8초 2주간을 휴식기로 제안한 건 체감온도가 가장 많이 오르는 때라서다. 만성질환자나 고령층 등 폭염에 취약한 고위험군 대응 체계를 만들어 저 기간에 잘 관리한다면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 사회 필수 기능을 제외한 다른 부문, 특히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건설·플랫폼 노동도 이 기간에는 천천히 가면서 안전한 여름을 보내자는 게 황 교수의 요청이다.

예방의학 박사이자 기후변화에 따른 보건의료체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황 교수는 "기후변화는 예고된 사회적 재난으로 정부와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보고서(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기후보건 환경을 평가) 작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칠 해악을 다시금 절감했다고 한다. 현행 온열질환 감시체계의 미진함, 지방자치단체의 형식적인 폭염 대책도 그의 날카로운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더위 쉼터 효과 평가한 보고서 없는 게 현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승식 교수 제공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승식 교수 제공

-질병관리청이 2011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한 후 사망자가 줄었나.

"지금 온열질환 관련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하는 방식은 환자나 사망자가 발생한 후 집계하는 '사후 관리'인데, 중요한 건 예방이다. 더구나 집계만 하는 수준이고 사망자 숫자가 통계청과 달라 정확하다고도 볼 수 없다. 추세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국가가 온열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하고 질병청이 주무부처로 나섰다고 가정해보자. 질병청은 하부 조직이 없다. 지역사회 대응을 위해 보건소에 지침을 하달해야 하는데 보건소장 인사권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정부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또 2011년부터 질병청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시행하면서 전국 병원으로부터 환자(사망자 포함) 신고를 받아 집계하는데, 병원에 집행 비용이 내려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법상 폭염 대응을 해야 하지 않나. 정부가 소극적인 건가.

"2018년 재난기본법에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규정되면서 4, 5월이 되면 각 부처와 지자체가 폭염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가 내놓는 대책은 대부분 '그늘막과 쉼터 몇 개를 마련하겠다' 정도다. 쉼터를 찾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쉼터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이나 보고서를 찾아볼 수 없다. 쉼터가 늘었으면 온열질환자가 줄어야 하는데 별 차이가 없다. 2019~2021년 코로나19로 쉼터를 운영하지 못했는데도 환자가 늘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 대책이 현실에 도움이 되는지 돌아봐야 한다."

"고위험군 관리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최고기온이 34도를 넘으며 폭염 경보가 발령된 14일 충남 천안 한 주차장에서 버스기사가 트렁크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최고기온이 34도를 넘으며 폭염 경보가 발령된 14일 충남 천안 한 주차장에서 버스기사가 트렁크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어떻게 하면 환자와 사망자를 줄일 수 있을까.

"지금 관리 능력으로도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자를 0명으로 만들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 기저질환자 등 어떤 사람이 위험한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정보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쪽방촌 등 주거취약지에 거주하는 고위험군은 민간 수용시설에서 지내게 하고 지자체가 이들을 관리하면 된다. 더위가 가장 심할 때인 7말 8초 2주만 하면 된다."

-취지는 좋지만 어떻게 보면 2주간 '셧다운'하는 건데 가능할까.

"폭염은 예고된 재난이다. 기후위기라고 하지만 이미 사회 재난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똑같은 폭염인데 누구는 죽고 누구는 무사히 견디고 있다. 건강 형평성 측면에서 재난 관리가 안 된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내년에 한 번 '온열질환 사망자 제로 프로젝트'를 해보자. 막을 수 있는데 왜 더위로 사람이 죽는 걸 지켜봐야 하는가."

-전 국민 쉬어가기 외에 시설 측면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은.

"이제 폭염 때 선풍기는 의미가 없다. 더운 공기만 순환하기에 오히려 탈수만 진행된다. 폭염에 도움이 되는 조치는 에어컨이 있는 실내 시설에 있는 것뿐이다. 주거취약지에 에어컨이 들어가야 사회적 약자도 여름을 무사히 지낼 수 있다. 그러려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필요하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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