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이후, 판사의 정치적 편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가 오랫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들이 친야 성향으로 의심되면서다.
우리 헌법은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 의원의 형량은 일반 명예훼손 사범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나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이라면 그 자체로 잘못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판사가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선고로 사회에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박 판사의 다양한 SNS 글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런 해석은 다수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됐다.
일례로 그는 지난 대선 후 “이틀 정도 울분을 터트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한 보수진영을 비판한 고교 시절 글도 공개됐다. 고교생 때 쓴 글을 이유로 “노사모 판사”라고 공격한 여당이 지나친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 판사가 SNS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 판사라도 정치적 성향을 가질 수는 있으나 편향성을 가진 판사의 판결에 수긍할 피고인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 공방은 그것의 적절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 판사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대법원 공직윤리위원회는 2012년 전체 법관에게 SNS의 이용을 비롯한 의견 표명을 절제하고 신중히 처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는 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에도 불구, 법관과 사법부를 보호하는 긍정적 기능이 크다. 판결마다 정치적 꼬리표가 붙고 중립성이 의심된다면 판결 불신은 물론 사법 독립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법원 공직윤리위 권고를 법원 구성원들이 다시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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