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와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온 평가다. 하지만 일본을 '동반자'로 격상해 예우한 직후 일본 정치인들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양국관계의 복잡한 맥락을 포괄할 균형 잡힌 메시지를 일본에 전달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관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광복절 두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진전된 한일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 협력 파트너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복절 경축사로는 이례적으로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일본의 안보 기능까지 거론했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란 평가에서 '동반자'로 한 걸음 진전시킨 발언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미래를 강조한 윤 대통령과 엇박자를 보였다. 어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바쳤고,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 등 고위 정치인들은 집단 참배까지 했다. 양국관계 최대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 해결은 물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동반자로서 호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행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동맹을 고리로 관계 진전에 진력하고 있지만, 외교적 결실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웃으면서 칼을 겨눌 수 있는 외교관계 속성상, 자칫 한쪽으로 경도되는 상황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윤 대통령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말이라 해도 광복절에 마땅한 국민통합 메시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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