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향해 재중 탈북민 관련 첫 메시지
"탈북민, 희망 국가 입국할 수 있어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6일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재중 탈북민의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첫 메시지로, 강제송환 책임 주체로 중국 정부를 콕 집어서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기자회견 및 세미나' 축사에서 "중국 내에 있는 탈북민들이 국제 기준에 따른 인권을 보장받고 한국 등 본인이 희망하는 국가로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해외 체류 탈북민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북송되지 않고 자유의사에 따라 희망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김 장관은 탈북민을 희망하는 곳으로 보내줘야 할 주체로 중국을 특정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1982년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1988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강제송환 금지'에 관한 국제규범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히 "중국 내 탈북민은 불법 입국자이기에 앞서 그 생명과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난민으로 규정돼야 할 것"이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은 국제규범의 정신에 배치되며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을 전원 수용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국내로 입국하고, 어떤 차별이나 불이익 없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은 탈북민을 정치적, 사회적 또는 종교적 박해를 받는 사람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넘어온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북한과 맺은 양자 협약에 따라 정당하게 송환조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탈북자는 경제 문제로 중국에 넘어온 이른바 '불법 월경자들'"이라고 공식 정의하기도 했다.
서보배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이날 발제에서 "8월 기준 북한인권정보센터 통합인권 데이터베이스(DB)에는 8,148건의 강제송환 사건이 축적돼 있고, 전체 강제송환의 98%가 북중 강제송환"이라고 했다. 특히 강제송환 피해자의 75%에 달하는 탈북 여성은 중국에서 인신매매·강제혼인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민인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는 "강제북송으로 자녀들이 엄마와 이별해 세대를 잇는 인권침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당장 강제북송 정책을 중단하고 유엔 인권이사국으로서 의무를 실천하라"고 호소했다.
한편, 난민 인정률은 한국과 중국 모두 낮은 편이다. 2010~2020년 중국의 난민 인정률은 15.5%(541건)로,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신청 건수 자체가 3,500건으로 적은 편이다. 한국 역시 지난 20년간 난민 지위 인정 건수는 655건, 인정률은 1.3%에 그쳐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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