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작된 8월 임시국회는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처리가 시급한 법안부터 실체 규명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한데도 여야는 각자 이해관계를 앞세워 물러섬 없는 대치를 이어갔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 때문에 급할 게 없다는 판단이겠으나,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위는 당초 충북 오송 수해 참사와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한 현안질의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 사태와 관련,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 출석을 요구하면서 정쟁의 상임위로 돌변했다. 사과를 하고도 중앙정부 탓만 하는 김 지사 출석도 필요했지만, 정작 이날 함께 출석해야 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나 김영환 충북지사 등 여권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이 걸려 있는 국방위도 역시 파행이었다.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 국방부 장·차관과 해병대사령관 및 수사단장 등의 출석을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이날 4번째 검찰소환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물타기'라며 거부했다. 결국 야당 단독으로 개의되긴 했으나 민주당 의원들마저 의사진행발언 직후 자리를 떠, 회의는 한 시간도 안 돼 종료됐다. 민심을 밀어내고 정쟁을 일삼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던 것이다.
8월 임시국회 파행은 이번 회기는 물론 내달 정기국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민주당은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강조했지만, 여당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 발언으로 갈라치기 논란에 휩싸였고,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 진화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사건들은 물론 경제지표까지 악화해 민심 돌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민의에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그 심판은 8개월 뒤 총선 결과로 나타날 것이란 점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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