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기업(스타트업)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각 지역별로 전국 17곳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공공 보육기관 역할을 한다. 그중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난해 말부터 맡고 있는 이한섭(57) 센터장은 스타트업을 '산업계 초등학교'에 비유한다. "초등학생이 자라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듯 기업도 자라나는 새싹인 스타트업이 중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및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죠."
이런 생각을 가시화한 것이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빅웨이브' 설명회다. 빅웨이브는 센터가 인천시에서 출자한 펀드를 운영하며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센터가 발굴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정부 기관, 투자업계, 대기업 관계자 등 당초 예상 인원의 두 배가 넘는 200여 명이 참석했다.
빅웨이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독특한 투자 방법 때문이다. "인천시에서 4년간 600억 원을 출자하는 빅웨이브 모펀드를 센터가 운영하며 이 돈으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투자사(VC)들이 만든 펀드에 간접 투자해 스타트업을 육성하죠. 특히 센터가 VC에 투자한 돈의 3배를 인천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해서 지역 스타트업을 발굴해요. 지금까지 8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하반기까지 6,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서울에 몰리는 스타트업 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이다. 그래서 스타트업 펀드도 지역 산업을 반영해 만들었다. "반도체 후공정 관련 세계 2, 3위 기업이 인천에 있어요. 또 소재와 부품, 장비업체, 생명공학 기업들이 몰려 있죠. 이런 지역 특성을 살려 반도체와 바이오 펀드 등을 만들었어요. 1,000억 원대 지적재산권 펀드도 만들 계획입니다."
상반기 빅웨이브의 직접 투자를 위한 10개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데 200개 이상 스타트업이 몰렸다. "자금 지원뿐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재무, 회계, 운영 교육과 사업 상담까지 해 줘요."
덕분에 다른 지역의 센터들도 빅웨이브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곧잘 찾아온다. "인천 센터가 만든 스타트업 육성 방식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좋겠어요."
여기 그치지 않고 이 센터장은 올해 지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0월에 중국을 방문한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기관들이 센터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어요. 기술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중국의 큰 기업들과 연결해 주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협약을 맺을 계획입니다."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미국까지 이어지는 스타트업 설명회도 준비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내년에 빅웨이브 행사에 해외 VC들도 초청할 계획입니다."
연세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6년 KT에 입사해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한 그는 KT 글로벌 사업본부장과 KT커머스 대표 등을 거치며 20년 이상 KT에서 일했다. 그는 대기업이 발전하려면 스타트업의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본다. "스타트업의 기술이 대기업에 접목되면 대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청년들의 도전 문화가 활성화돼야 우리나라가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천시와 협의해 내년부터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창업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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