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서 뒤집힌 채 발견...출항 한 달 만
당국 "101명 탑승자 중 생존자 38명뿐"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이주민들을 태우고 유럽으로 향하던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세네갈과 유럽 국가가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안전이 고려되지 않아 유사한 참사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세네갈 외무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 10일 이주민 101명을 태운 배가 세네갈의 어촌마을인 파스보예를 떠났으나 대서양에서 난파됐다. 구조된 38명의 생존자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난파 사고로 최소 63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7명의 유해가 수습됐고, 나머지 56명은 실종 상태다. 12~16세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생존자들은 현재 아프리카 서쪽 섬나라 카보베르데에 머물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배는 출항 약 한 달 만에 난파된 채로 발견됐다. 지난 14일 한 스페인 어선이 카보베르데의 ‘살(Sal)’ 섬 인근에서 ‘피로그’(pirogue)라고 불리는 긴 모양의 목재선이 뒤집혀 있다고 신고한 게 계기였다. 세네갈 당국은 해당 선박의 행선지와 사고 경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밝혔으나, 세네갈에서 출발하는 난민선은 통상적으로 대서양을 통해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로 향한다고 BBC는 부연했다.
대서양을 건너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길은 특히 위험한 경로로 알려져 있다. 승선 인원을 초과한 나무 배가 대서양의 거친 파도와 해류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세네갈 인근 대서양에선 지난달 24일에도 이주민들을 태운 보트가 침몰해 10여 명이 숨졌다. IOM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다 목숨을 잃은 이주민은 최소 559명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26명이 사망했다.
세네갈과 스페인의 과한 단속이 난파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 세네갈 해안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네갈과 스페인 순찰선이 난민선을 쫓고 있었고, 도망가던 배가 바위에 부딪쳐 가라앉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도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세네갈 시민들은 자동차와 보트를 손상시키고 시장의 집에 불을 지르는 등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세네갈과 스페인 당국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