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재외동포 임시거처 보니
절반이 살던 곳에서 3.6㎞ 이상 떨어져
LH "다른 임대주택 제공" 대안 내놓기로
"여섯 식구인데 원룸이 웬말입니까."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재외동포도 긴급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첫 수혜자 가족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식구가 모두 6명인 이들에게 제공 가능한 임시 거처 절반이 원룸·투룸으로 비좁거나 방이 여럿인 곳은 기존 거주지에서 수㎞ 떨어진 먼 곳에 있어서다.
18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재외동포 중 처음으로 긴급 주거 지원을 받게 된 중국국적 고홍남(42)씨 가족에게 입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12곳의 명단을 넘겼다.
이중 원룸과 투룸이 각각 3곳, 방 3개인 곳이 6곳이었다. 가장 작은 곳은 35㎡에 불과했다. 방이 3개인 곳도 상당수가 고씨 가족이 살던 미추홀구 집에서 3.6㎞ 이상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주거지에서 500m 이내인 곳은 투룸 1곳뿐이었다. 1.4㎞ 이상 떨어진 곳이 5곳, 나머지는 3.6㎞ 이상 거리에 있었다.
부부와 초등학교 1학년 딸, 조부모 등 6명인 고씨 가족에게 제공 가능한 임시거처에 원룸을 포함시킨 LH 조치에 대해 대책위 측은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위 관계자는 "LH에서 제시한 임시 거처 12곳 중 9곳을 고씨 가족이 살펴봤는데, 크기가 모두 기존에 살던 미추홀구의 주거 전용면적 56.1 ㎡짜리 주택에 미치지 못했고 일부 주택은 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심했다"며 "현재 LH에서 인천 부평·계양구에 있는 다른 임대주택을 제시하기로 해, 추후 살펴볼 예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국토교통부는 외국 국적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긴급주거 지원 가능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LH의 요청에 국내 거소 신고를 한 외국 국적 재외동포는 긴급주거 지원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 결정에 따라 전세사기로 집이 경매에 넘어간 고씨가 긴급주거 지원을 받는 첫 사례가 됐다.
긴급주거 지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최대 2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피해자들은 LH 등이 제공하는 임대주택들을 둘러본 뒤 한 곳을 택해 입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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