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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마약이니 미성년자 못 하게 해" 중국 규제, 효과 없었다

입력
2023.08.20 1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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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학, 미성년자 게임시간 규제 효과 연구
규제 이후 중독비율 증가..."효과 입증 안 돼"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인터넷 카페에서 한 남성이 게임을 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인터넷 카페에서 한 남성이 게임을 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게임은 영적인 아편"이라고 보는 중국에선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왔다. 효과가 있었을까.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의 결론은 "아니오"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는 영국의 드 몽포르대학·요크대학, 덴마크의 코펜하겐 IT대학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중국의 게임 시간 규제 조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10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국 IT 업체 유니티를 통해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 24억 명에 달하는 중국 게이머들이 게임한 시간을 조사했다. 중국이 규제 조치를 도입한 2019년 11월 이전에 해당하는 A그룹과 조치 도입 이후의 B그룹으로 나누어 게임 시간을 비교·분석했다.

유럽 연구진 "게임 중독자 비율 낮췄다는 증거 없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매체 경제참고보가 2021년 8월 3일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비판한 기사. 맨 위 빨간 네모 제목에 '정신적 아편, 수천억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적혀 있다. 이후 중국 매체들이 앞다퉈 이 기사를 퍼날랐고, 당국은 4주 뒤 사상 초유의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 단속령을 내렸다. 관찰자망 캡처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매체 경제참고보가 2021년 8월 3일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비판한 기사. 맨 위 빨간 네모 제목에 '정신적 아편, 수천억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적혀 있다. 이후 중국 매체들이 앞다퉈 이 기사를 퍼날랐고, 당국은 4주 뒤 사상 초유의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 단속령을 내렸다. 관찰자망 캡처

하루에 게임을 한 시간이 4시간을 초과하거나 일주일 중 6일 이상 게임을 한 이른바 '게임 중독자' 비율은 A그룹에서 0.77%로 나타났다. B그룹의 게임 중독자 비율은 0.88%로 집계됐다. 규제 이후 오히려 게임 중독자 비율이 올라간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관영 매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은 영적 아편"이라고 주장하며 게임 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했다. 같은 해 11월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평일엔 1시간 30분, 휴일엔 3시간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2021년에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 사이에는 미성년자가 온라인 게임 접속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한 추가 조치도 내놨다.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될 때마다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다.

연구진은 "총 70억 시간에 달하는 중국 게이머들의 게임 패턴을 분석한 결과 게임 시간 규제 조치로 게임을 지나치게 오래 하는 사용자가 줄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규제 조치 이후 게임 중독자 비율이 소폭 증가한 데 대해선 "오차 범위 안에서의 변화여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조치가 10대들의 온라인 게임 시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IT 기업과 게임업계에 손해만 끼쳤다는 게 결론인 셈이다.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도 제한..."오직 중국만 할 수 있는 조치"

중국의 한 청소년이 휴대폰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차이신 기사 화면 캡처

중국의 한 청소년이 휴대폰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차이신 기사 화면 캡처

그럼에도 미성년자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이달 초 '모바일 인터넷 미성년자 모델 건설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는데, 18세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이용을 하루 2시간 이하로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8세 미만은 40분, 8~15세 1시간, 16~17세는 2시간 이내로만 모바일 기기를 쓸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30분 이상 사용하면 휴식 알림이 울리도록 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사용 자체를 제한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직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조치"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인터넷 사용 규제"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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