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영향에 촉각 곤두세워
여수는 세계섬박람회 개최 시기 변경 검토 중
파행 장본인 전북, '아태 잼버리' 사실상 포기
정부 심사 엄격, 국제 사회 여론 싸늘 '이중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의 불똥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의 국제 행사 대응 역량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각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국제 행사 유치와 개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부산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100일 앞둔 20일, 부산시는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이 막판 유치전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산시는 겉으론 “잼버리와 엑스포는 행사 성격이 아예 달라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편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치열하게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앞서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는 부산 대원들을 엑스포 유치를 위한 청소년 홍보대사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도 부산시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가 성공을 거뒀다면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유치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잼버리 운영 미숙으로 지방 정부 행정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국제 행사 개최 전략을 놓고 궤도 수정에 나선 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2026년 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 시기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 시기와 장소가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여러모로 빼닮았기 때문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7월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돌산 진모지구)에서 열린다. 전남도와 여수시로선 새만금 잼버리처럼 폭우와 폭염, 태풍, 침수, 해충 대책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이에 섬박람회 개최 시기를 5월로 앞당기고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최 예정 부지를 주변보다 3m가량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정부도 이번 잼버리 사태로 인해 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 시기 변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 당사자인 전북도는 2년 뒤 열릴 아시아ㆍ태평양 잼버리 대회 유치 계획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는 2018년 10월 필리핀에서 열린 제26차 아시아ㆍ태평양 스카우트 총회에서 2025년 아태 잼버리 대회 개최권을 따냈다. 전북도는 당초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 성과를 토대로 강원 고성군과 아태 잼버리 대회 유치 경쟁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 폐영 이후 “무슨 낯으로 또다시 새만금에서 잼버리 대회를 열겠다는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큰 데다, 감사원 감사도 받아야 하는 터라 아태 잼버리 유치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만금 잼버리가 ‘국제 망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자, 정부가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국제 행사 유치에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선 자치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대규모 국제 행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울산시(2028년 국제정원박람회)와 서울시(2036년 하계 올림픽), 광주광역시ㆍ대구시(2038년 하계 아시안게임)가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돈다. 국제 행사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 사태 이후 기획재정부의 국제 행사 유치 지원 기준이나 심사 과정이 한층 까다로워지고 지원 규모도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들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잼버리 파행으로 국제 사회에서 예전처럼 우리나라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제 행사 유치 여건이 녹록지 않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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