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기존 6대 7에서 7대 6... 중도 보수 우위
이균용 임명되면 '사법부 보수화' 쐐기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 표결을 통과하면, 사법부의 이념 지형은 더욱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속속 중도·보수 성향 법관으로 교체되는 가운데, 정통 보수 법관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행정 총괄 △전원합의체 재판장 △대법관 아닌 판사의 임명권 등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 지명은 정권 교체 1년 반 만에 사법부 보수화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22일 법원 안팎에선 ‘보수 대법원’ 색채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진보 성향 박정화·조재연 대법관이 지난달 퇴임한 후 대법원의 ‘진보 과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두 진보 대법관의 빈자리를 채운 이들은 중도 성향인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다. 이에 따라 13명 대법관(김명수 대법원장 포함·법원행정처장 제외)의 이념 지형도는 ‘진보 7 대 중도·보수 6’에서 ‘중도·보수 7 대 진보 6’으로 역전됐다. 여기에 이 후보자가 김 대법원장을 대신하면 8대 5 구도가 된다. “지형 변화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중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임기가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에 종료된다.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은 대통령이 아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권한이지만, 윤 대통령과 정치·사법적 철학을 공유한 이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이 된다면 보수나 중도 성향 대법관이 잇달아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선 김선수·노정희·민유숙 대법관이 한꺼번에 바뀌는 내년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보수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도 만만치는 않다. 한 수도권 고법의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는) 임기 내 다른 대법관들이 누가 되느냐와 상관없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갈 인물”이라고 말했는데, 대법원 이념 지형보다 인물을 우선한 인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이 되면, 대법원 보수화에 주력하기보단 사법부 조직 문화를 개혁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내부 반발을 일으켰던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나 법원장 후보 추천제(일선 판사들이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것) 등의 인사 제도를 고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각에서 "법원 내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첫 손질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대법원장이 돼도 대법원 판결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 한 명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리하게 주도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사법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인사 제도 변화와 관련해 대통령실 의지를 강하게 반영해 법원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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