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잠' 대본, 간결하고 깔끔했다"
네 번째 호흡 맞춘 이선균 향한 애정
'잠'은 작품을 본 봉준호 감독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배우 정유미는 이와 관련해 설렘과 긴장감을 모두 내비쳤다. 그는 봉 감독의 칭찬에 기뻐하면서도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듯해 우려되는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유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잠'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그리고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대본의 매력
정유미는 '잠'의 대본을 읽고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대본이 되게 간결하고 깔끔했다. 이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나리오를 접한 뒤에는 유재선 감독을 향한 호기심을 품게 됐다. 정유미는 "이 글을 쓴 감독님이 궁금해졌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공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보고 싶었다. 감독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믿음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유 감독은 '잠'의 대본과 닮은 사람이었다. 미팅 때 꼭 필요한 말만 했고 촬영 현장에서도 정확한 디렉션을 줬다. 명확한 디렉션에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정유미는 "내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콤팩트한 작업에선 감독님께 부담감을 드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잠'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난 감독님이 와서 보라고 하지 않는 이상 모니터링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잠'의 경우' 로우샷이 많았다. 현장에서는 '콧구멍밖에 안 보이는데 왜 밑에서 계속 찍나' 싶었는데 이유가 있더라. 완성된 영화를 보니 '필요한 거였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선균과의 재회
정유미는 '잠'을 통해 이선균과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앞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 함께 출연했다. 정유미는 과거를 회상하며 "홍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으로 세 작품을 했지만 회차가 많진 않았다. 대신 대사, 테이크 수 등이 만들어내는 밀도가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정유미에게 10년 만에 재회한 이선균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유미는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기억이 편안하게 남아 있었던 듯하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유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정유미는 "이선균 오빠의 캐릭터가 수진이보다 평면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빠는 끊임없이 감독님과 대화하는데 영화 안에서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부분들이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잠' 속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선균은 날고기, 날생선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정유미는 이 장면과 관련해 "이선균 오빠가 진짜 불쌍했다"면서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봉준호 감독의 극찬
'잠'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잠'을 관람한 후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평을 남긴 바 있다. 정유미는 이와 관련해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있다. 아무래도 봉 감독님이 재밌게 봤다고 하면 사람들이 미리 기대하지 않나. 그분들이 보고 재미가 없으면 '뭐야'라고 할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님이 봤다는데 재밌겠지'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생각을 밝히며 미소 지었다.
정유미는 '윤식당' 시리즈부터 지난 5월 종영한 '서진이네'까지 오랜 시간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그는 이 프로그램들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내가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그런 시간이 주는 힐링, 자유로움이 있지 않나.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는 게 정유미의 이야기다. 다양한 드라마, 영화와 예능을 통해 활약해 온 정유미는 앞으로도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모두 전할 전망이다.
정유미의 새 작품인 '잠'은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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