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20일 출국했는데 21일 신원 특정
경찰, 범행 오토바이도 다음날에야 발견
대전 서구 신협에서 발생한 강도사건 용의자가 범행 이틀 만에 베트남으로 도주하면서 경찰의 수사력이 도마에 올랐다. 동선과 신원 파악이 늦어진 사이 용의자는 유유히 해외로 도피했고, 경찰은 뒤늦게 국제형사기구(인터폴) 공조수사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신협 강도 용의자 A(47)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폴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11시 58분쯤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 헬멧을 쓴 채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침입한 뒤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고 현금 3,900만 원을 빼앗아 준비한 흰색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범행 사흘 만인 21일, A씨 신원을 특정했지만 전날 이미 베트남으로 도주한 뒤였다.
결과적으로 경찰 수사가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토대로 A씨 동선을 추적했지만 19일과 20일에서야 범행에 이용된 오토바이 두 대를 각각 발견했다. 한 대는 신협으로 침입할 때, 나머지 한 대는 도주할 때 사용한 것이었다. 특히 A씨는 도주 당시 2시간여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충남 금산까지 갔고, 도중에 주유소에 들러 주유하는 여유까지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과거 절도 등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으며, 소년시절 강도사건으로 소년보호 처분을 받기도 했고, 현재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곳곳에 CCTV가 있는 만큼 경찰이 어렵지 않게 용의자를 붙잡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대전경찰청과 6개 경찰서 형사ㆍ기동대 등 250여 명을 투입해하고도 조기 검거에 실패한 것에 대해 경찰은 A씨의 치밀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신원을 감추기 위해 무더위에도 헬멧을 착용하고 등산 점퍼를 입었다. 도주 과정에서 수차례 옷을 갈아입었는데 모자와 마스크, 긴 옷으로 최대한 몸을 가렸다”고 설명했다. 고의로 이동 수단을 차량과 도보, 택시 등 여러 번 바꾼 것도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 관계자는 “범행 전후 동선을 추적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고, 신원 파악을 빨리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재까지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내부 공모 등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은행강도가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강도사건이 발생한 신협 인근 한 상인은 “주변에 CCTV가 잔뜩 있지 않는데 대낮에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래서야 경찰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모방범죄 발생도 우려된다. 대전 동구 주민 김모(49)씨는 “범죄자가 보란 듯 해외로 도망가는데 성공했으니 또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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