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세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되거나 물체가 휘고 색이 다르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망막 중심부에 물이 차면서 망막이 부분적으로 벗겨지는 ‘중심장액망막병(中心漿液網膜病 ·central serous retinopathy)’ 때문이다. 시력이 좋은 젊은 연령대에서 급성으로 발병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이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군과 대조군의 안구를 비교·분석해 환자에서 특정 마이크로RNA(miR-184)가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생명공학’에 실렸다.
연구 결과, 중심장액망막병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상실할 수 있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선 효과가 없어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 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아급성(亞急性)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 내용물을 채취·분석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선행 연구들은 주로 바이오 마커 중 체액으로 분비되는 인자들만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수 단백질이나 사이토카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체액으로 분비되지 않는 인자들까지 포함해 조직과 세포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방수 엑소좀에 집중했다.
방수 엑소좀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살핀 결과, 환자는 miR-184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했다. miR-184을 정량 분석하는 연구팀의 기술을 적용한 결과에서는 100배 이상 증가한 수치가 확인됐다. 특히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 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에서 발현량이 더욱 증가했다.
연구팀은 miR-184가 혈관내피세포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 결과,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중심장액망막병이 실명을 일으키는 황반변성(黃斑變性)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방어 체계로 miR-184가 보상적인 증가를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준엽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 질환 치료에서 고가의 주사 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약제의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택해 빠른 증상 호전과 함께 환자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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