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기념사업회 CBS 라디오 인터뷰
박정희 대통령, 홍 장군에 건국훈장 수여
"냉전시대에 이미 정리됐는데 굳이?"
여당도 "공산주의 망령 씌운다" 비판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하려는 데 대해 "독립운동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라고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여당 인사들조차 "매카시즘"이라고 우려했다.
홍범도, 역대 정부가 인정한 독립운동 최고 지도자
홍범도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흉상 철거에 대해 "(처음 소식을 듣고) '설마 가짜 뉴스겠지'라고 생각했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며 "갑자기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서 흉상을 철거하고 이전한다는 것은 독립운동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 장교 양성 기관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홍범도 장군)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육사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독립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이 흉상들을 독립기념관 수장고로 옮기고 백선엽 장군 흉상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은 6·25 당시 다부동전투에서 북한군을 격퇴했지만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사실이 드러나 이명박 정부가 친일행위자로 규정한 바 있다.
정부가 문제 삼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에 대해 우 의원은 "(홍 장군은) 생활상의 이유로 잠시 가입했다가 탈퇴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1927년 공산당에 가입했을 당시 소비에트 영토 내 집단농장 지도자였다"며 "같이 독립운동했던 분들이 그 농장에 있었는데 국적을 얻고 토지를 받는 등 그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고, 본인이 60세가 돼서 연금을 받기 위한 생활상의 부득이한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산당 활동에 관여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었던 홍범도 장군(1868~1943년)은 보수·진보 정권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지도자로 꼽아온 독립전쟁 영웅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 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소위 냉전시대인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이미 정리된 논점인데 굳이 다시 꺼내는 것은 정말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군의 1,800톤(t)급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이름도 재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이름은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명명한 이름이다.
"독립전쟁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 씌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흉상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 작고해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 친일매국에 대해서는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 이력까지 끄집어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SNS에서 "(홍범도 장군이)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라며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받는다. 그만들 하십시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6일 SNS에 "(흉상 철거)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1962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SNS에서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 제정신이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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