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 언급 자제
중도층 경쟁 밀리고, 보수진영 내 분열 우려 부담
국민의힘이 최근 정부가 불을 지핀 '이념 논쟁'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 표심 공략이 시급한 상황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상당한 악재다. 보수진영의 분열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민감한 이슈를 국방부와 보훈부 장관이 앞장서 논쟁화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엿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흉상과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흉상 철거가 아닌 (독립기념관으로) 이전 문제"라며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게 전부다. 홍 장군에 대해 "봉오동전투에서 대승을 이끈 독립전쟁 영웅이자, 자유시 사변 등 논란이 있는 분"이라고 거론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떠넘겼다.
반면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은 호되게 질타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4일 "정율성은 북한이나 중국 입장에서 영웅일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선 6·25 참상에 일조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율성을 기리는 공원을 만드는 건 국가 정신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가 부각된 것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과유불급"(김병민 최고위원),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선 안 된다 "(김태흠 충남지사), "공산주의자에게 서훈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준석 전 대표) 등 지적과 질책이 쏟아졌다. 향후 보수진영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도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역사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며 "보수진영 내 강성·중도성향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화살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겨눴다. 당에서는 "본전도 못 찾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며 타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직을 걸겠다"며 정율성을 앞장서 비판해온 박민식 보훈부 장관의 경우 국민의힘이 일단 보조를 맞추고는 있지만,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사 논란이 확산되는 건 그 자체로 중도층을 끌어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이어 정부가 편협한 역사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이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리 없다"며 "중도 표심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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