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시절 낙하산 인사 수차례 공개 비판
"일 잘하면 정권 상관없이 연임시켜라...그게 공기업 개혁"
한전 이사회 주주총회 거쳐 9월 중 임명 예상
한국전력공사의 새 사장 최종 후보로 4선(17~20대)의 김동철 전 국회의원이 낙점됐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31일 김 전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공문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접수했다. 김 전 의원이 한전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거쳐 사장에 임명되면 한전은 창립 62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수장을 맞는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과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시절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여러 차례 공개 비판했던 것으로 확인돼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19대 국회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동철 전 의원은 2013년 3월~2014년 5월, 2014년 6월~2015년 9월 국회 산자위 위원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대통령 측근의 공공기관장 인사를 비판했다. 2014년 2월 열린 산자위 임시회의에서 김 전 의원은 새 공공기관장 중 대통령 측근이 45%인 점을 강조하며 "청와대가 낙점한 공기업장에 대해 장관이 어떻게 지시할 거냐"고 윤상직 당시 산업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그는 21~25일 열린 임시회에서 낙하산 인사를 연이어 지적하며 "(업무를 모르는 정치권 기관장은) 출근시키지 말고 그냥 봉급만 주시라. 차라리 부작용이라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일 잘하면 정권에 관계없이 몇 번이든 연임시켜 주면 그게 공기업 개혁"이라며 "청와대에서 낙점 다 해놓고 무슨 놈의 공기업 개혁을 이야기하냐"고 강조했다.
2015년 4월 임시회에서는 당시 한전의 반복된 협력업체 비리 문제를 지적하며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지금 감사가 다 외부에서 낙하산처럼 내려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전과 한전 계열사의 감사 중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을 줄줄이 읊으며 "감사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보내야지 이게 뭐냐"고 질타했다.
박근혜 정부 신규 원전 건설 우려..문재인 정부 탈원전도 비판
김 전 의원은 국회 산자위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박근혜 정부의 새 원전 건설 추진을 두고 지역 주민 설득이 먼저라며 난색을 표했다. 2015년 7월 산업부로부터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고받으며 그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위원장으로 장관께 질문하겠다"며 "(7차 수급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이야기하려면 신재생사업을 활성화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원전 2기에다가 확정된 신고리 7, 8호기를 계산하면 원전 네(4) 기를 삼척이나 영덕에 새로 짓겠다는 건데 지금까지 선례로 봤을 때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과거 발언에 대해 "(신규 원전 건설 우려는) 국민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고 박근혜 정부 전력 정책의 모순성을 지적한 것"이라며 "저는 원전 찬성론자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열 차례 이상 공개 비판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의원은 2017, 2018년 "탈원전 방향에는 동의하나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졸속 탈원전 정책은 무책임한 인기영합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 논평, 의견을 냈다.
다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시 소속 정당의 입장에서 비판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해 (사장에 응모해) 낙하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도 개혁이 필요한 공기업은 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현재 한전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새 사장 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한전의 주주 총회를 거쳐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면 김 전 의원은 이르면 9월 중순부터 한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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