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어라연산소길과 김삿갓유적지
강원도 영월하면 동강이 먼저 떠오른다. 장릉과 청령포 등 단종의 애환이 서린 고장이자 방랑 시인 김삿갓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서울에서 영월읍내까지는 기차나 시외버스로 쉽게 갈 수 있다. 현지 관광지까지는 영월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그러나 여러 곳을 둘러보려면 버스로는 쉽지 않아 렌터카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어라연 비경 따라가는 잣봉 트레킹
영월은 읍내를 제외하면 대개 높은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다. 산이 높고 험한 만큼 풍광이 수려해 등산 코스가 무려 26개나 된다. 조양강과 동남천이 합류하는 정선읍 기수리 수미마을까지 이어지는 동강 트레킹 코스만 해도 46km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어라연산소길(잣봉 트레킹)’이 백미로 꼽힌다.
영월읍 거운리 삼옥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마차삼거리, 잣봉, 어라연, 만지동을 거쳐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면 약 8km, 4시간가량 걸린다. 삼옥탐방안내소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영월 명산지도첩을 챙기면 산행에 도움이 된다.
임도를 경유해 거운리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등산이 시작된다. 짧은 구간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려야 한다. 소나무 숲길 구간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무심코 지나쳤던 풍광도 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한 동강을 빼닮은 소나무와 나뭇가지 사이로 강과 산이 보인다. 어라연전망대를 지나 이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풍경이 확 트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해발 537m 잣봉에서 휴식한 후 하산 길 어라연 전망바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절경에 빠져든다. 첩첩산중의 기암절벽과 티 없이 맑은 강줄기를 응시하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선인들이 물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에 내려와 놀았다는 설화가 그럴듯하다. 다시 어라연 숲길과 가로수길을 차례로 지나면 삼옥탐방안내소로 돌아온다.
읍내에서 트레킹 출발지점까지는 7번 농어촌버스(하루 5회 운행)로 갈 수 있다. 영월터미널 인근 서부시장이나 영월역에서 승차해 거운리·어라연입구 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방랑 시인 김삿갓유원지와 김삿갓문화제
본명 김병연(1807~1863), 김삿갓은 방랑 시인이다. 젊은 시절 영월 동헌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홍경래의 난 때 반란 수괴에게 항복한 선천군수를 비난하는 시로 장원급제했는데, 알고 보니 선천군수는 바로 조부 김익순이었다. 그 자책감으로 삿갓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팔도를 유랑했다. 민중의 삶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그의 시는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롭다고 평가된다. 재주가 남달라 한시의 전형에서 벗어나 영혼처럼 자유로운 시를 남겼다. 풍자시의 대가다.
김삿갓면 와석리 골짜기에 김삿갓문학공원과 문학관, 묘역 등이 조성돼 있다. 김삿갓문학관(관람료 2,000원) 제1전시실에서 방랑 시인의 고뇌와 삶을 둘러볼 수 있다. 제2전시실에선 서책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민중시인 김삿갓’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창작 국악 듣기, 시 문구 써보기 체험도 열린다. 제3전시실은 천재 시인의 은유와 풍자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정연택 작가의 ‘시간의 흔적’ 프로젝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삿갓이 봤을 법한 영월의 풍경 속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이달 22부터 24까지 유적지 일대에서 ‘제26회 김삿갓문화제’가 열린다. ‘꿈과 이상을 걷다'라는 주제로 전국한시백일장, 전국휘호대회 등의 문화 행사가 열린다. 인절미 떡메치기, 짚풀 공예, 민화판화체험, 대장간체험 등 시민 참여 행사도 준비된다.
김삿갓유적지까지는 10번 농어촌버스(하루 6회 운행)로 갈 수 있다. 읍내 서부시장이나 영월역에서 승차해 종점인 김삿갓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관광안내와 휴식, 공연까지... 영월관광센터
영월 여행 중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영월관광센터를 추천한다. 평범한 관광안내소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2021년 10월 영월 폐광지역 통합관광을 위해 개관한 복합문화센터이다. 1층 탄광지역 통합관광 안내센터에 영월·정선·태백·삼척 관광 자료가 비치돼 있다. 휴식 공간과 로컬푸드 직매장, 푸드코트 등도 갖췄다.
2층은 뮤지엄숍과 미디어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3층 카페 ‘올라’와 야외 테라스는 휴식 겸 인증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미디어전시관 입장료는 1만 원, 아트라운지 입장료는 5,000원이며, 입점 업체에서 사용 가능한 3,000원 교환권을 제공한다.
공연전문소극장 아트라운지도 함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문화예술 공연이 열린다. 이달 9일까지는 어린이뮤지컬 ‘영월별주부’ 공연이 예정돼 있다. 동강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해결사를 자처한 진진자라와 봉래산 토끼가 대치하며 벌이는 스토리다. 이달 16일부터 10월 28일까지는 ‘뗏목은 흐른다’ 공연이 이어진다.
작은 지역이지만 영월에선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린다. 매주 토·일 오후 1시 30분 장릉에서는 창작 연희극 ‘장릉골 낮도깨비’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야간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영월 인 더 나이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10월 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 50분부터 창작뮤지컬 ‘영월 천년’ 공연이 펼쳐진다. 금요일은 영월부관아인 관풍헌에서, 토요일은 영월역 옛 진달래장에서 막을 올린다.
영월의 대표 먹거리는 서부시장에 다 있다. 메밀전병과 메밀부침개, 올챙이국수 등 강원도 토속 음식을 고루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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