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39만 대를 돌파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30년에는 누적 362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및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충 계획까지, 앞으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많은 전력 수요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다.
예전 같으면 지방 해안가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송전망을 구축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탄소 배출은 최소화하면서 국민 수용성까지 고려한다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분산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수요지 인근에서 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필요한 전력은 자체 충당하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온실가스 감축과 미래 산업 성장까지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기사업법에 의한 '분산에너지'의 정의는 '수요지 인근에 설치하여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로, 40메가와트(㎿) 이하의 발전설비(22.9킬로볼트(㎸) 배전설비 연결)나 500㎿ 이하의 수요지 인근 발전설비(154㎸ 송전설로 연결)를 뜻한다. 송전망 건설은 보통 10년은 계획해야 하는 국가사업이다.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지일수록 송·배전망 건설이 필요 없는 분산발전이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활성화하려면 초기에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여 시장이 지속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올해 6월 공포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서 소규모 분산에너지 사업자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사회적 편익이 높은 분산발전원에 대한 보상이 선결과제로 해결되면 민간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단순히 40㎿ 이하 발전설비면 모두 분산에너지로 간주하기보다는, 에너지원별 온실가스 감축 효과 및 설비의 위치·용량별 분산편익을 따져보고 그 사회적 편익을 모두 고려하여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육성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도심형 분산발전에 최적화된 연료전지의 활성화를 위해 연료전지 입찰시장의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6월, 정부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 발전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했다. 결과적으로 입찰 물량이 작은 탓에 단 5개소 중대형 발전소만 낙찰을 받고, 소규모 도심형 발전기들은 선정되지 못하였다. 초기 시장인 만큼 더 많은, 더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전기차 및 데이터센터 보급 확대와 같은 산업 변화를 고려하여 도심 내 소규모 발전기를 우대하고, 입찰 시장의 물량을 지속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계획과 함께 입찰 물량이 점진적으로 확대된다면 도심형 소규모 분산전원과 함께 분산에너지 공급이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안정적 전력 공급망 속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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