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담 TF 구성
경제적, 정책적 타당성 검토
국제공항 등 차질 불가피
30여 년 이어온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 새만금 사업이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내년 관련 예산이 75% 깎인 데다 "새만금 빅픽처(큰 그림)를 짜달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빅픽처' 임무를 맡은 국토교통부의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새만금은 축소, 지연의 길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전날 국토부는 국토도시실장이 팀장을 맡고 관련 부서들이 참여하는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내년 상반기까지 △새만금 국제공항 △새만금항 인입철도 △지역 간 연결도로를 중심으로 SOC 사업의 필요성, 경제적·정책적 타당성, 균형발전 정책 효과성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이를 뒷받침할 8개월 기간의 연구용역도 즉시 발주한다.
재검토 결과는 2026년 개정될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될 전망이다. 기본계획은 새만금 개발 방향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밑그림’으로 5년마다 국무총리실 산하 새만금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서 수립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TF가 사업 중단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새만금개발청이 TF에 참여하는 만큼, TF 내 논의가 기본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새만금 사업 재검토는 일각에서 새만금 잼버리를 명분으로 불필요한 SOC 사업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총리 역시 전날 기본계획 재수립을 국토부와 새만금개발청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잼버리 핑계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많이 확보했다는 얘기들이 나와서 중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이로써 새만금 간척지 개발 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뜬 이후 32년 만에 기반시설 계획마저 흔들리는 처지에 놓였다. 새만금 간척지와 주변을 연결하는 통로가 동서 도로와 남북 도로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당장 철도와 공항, 지역 간 연결도로 건설이 중단되면 지금도 부진한 기업 투자 유치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16년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새만금항 인입철도와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하거나 면제받은 상태다. 국제공항은 2029년, 인입철도는 2030년부터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이제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실 새만금 개발 사업의 표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간척이 더딘 상황에서 새만금 간척지 활용 방안을 명확히 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탓에 개발 사업 방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졌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처음 사업을 입안할 당시에는 291㎢에 달하는 용지가 모두 농지로 계획됐다. 노무현 정부는 농지 비중을 72%로 줄이고 빈자리를 산업·관광 용지로 채웠다.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 비로소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농지 비중이 30%까지 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새만금에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윤석열 정부는 ‘2차전지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내세운 상황이다. 이번엔 간척이 아니라 잼버리 파행이 사업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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