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국가 유공자 가족이 창업한 신생기업(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모드니케어가 자체 개발한 노인 요양보호 관리를 위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 '안부'와 공단이 내놓은 같은 성격의 앱 '보훈톡톡'이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벌어졌다. '안부'는 요양원 생활을 하는 노인과 가족들이 소통하며 요양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한 앱이다. 이를 통해 요양원 노인 및 가족들의 소통을 늘려 신뢰를 높이고 전화 문의 응대에 시간을 빼앗기는 요양원 직원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국군 간호장교 출신인 박민찬 대표는 2018년 모드니케어를 설립하고 노인요양보호시설인 주간보호센터를 3년간 운영하며 겪은 일들에서 착안해 '안부' 앱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외조부가 한국전쟁 때 여러 훈장을 받은 참전용사여서 국가 유공자 가족이기도 하다. 그는 "보훈톡톡의 식단표, 공지사항, 일상생활 사진과 요양급여청구서 조회 등의 기능이 안부 앱과 유사하다"며 "보훈톡톡이 향후 개선 기능으로 밝힌 영상통화를 이용한 비대면 면회 기능까지 안부 앱의 개발 계획과 같다"고 주장했다.
모드니케어가 공단의 아이디어 도용을 의심하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공단 산하의 김해보훈요양원과 협력 사업을 진행하며 앱 도입을 논의하다가 갑자기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안부' 앱의 사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안부 앱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김해보훈요양원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공단 주최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안부 앱 아이디어로 최우수상을 받았다"며 "지난 3월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김해보훈요양원을 방문해 다른 시설에도 안부 앱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치하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해보훈요양원이 지난 6월 초 갑자기 안부 앱 도입 논의를 중단하고 보훈톡톡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이후 공단은 6월 말 1억9,000만 원을 들여 기능을 개선한 보훈톡톡 앱을 새로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안부 앱의 무료 제공까지 검토했으나 공단에서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해보훈요양원 관계자가 김해에만 안부 앱을 무료 제공하고 공단 산하 다른 14개 지역 요양원에 확대 적용해 돈을 받으라는 제안을 여러 번 했다"며 "이마저도 감수하려 했으나 비용을 들여 외부 앱을 쓰지 않겠다는 공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김해보훈요양원 직원들이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은 안부 앱 때문이 아니라 중소업체와 성공적 협력을 했기 때문"이라며 "김해보훈요양원에서 시험 삼아 안부 앱을 사용해 봤으나 공단에서 보훈톡톡 앱이 있으니 예산 낭비하지 말라고 해서 안부 앱 도입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공단은 산하 요양원 관리를 위해 2021년 통합요양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앱 개발도 함께 추진했다. 하지만 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앱은 각종 오류 및 기능 불편으로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공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앱의 유지 보수 및 기능 개선을 위한 외주업체 선발 공고를 내고 6월 업체를 선정해 기능을 개선한 보훈톡톡 앱을 내놓았다. 공단 관계자는 "보훈톡톡 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안부 앱을 참고하지 않았다"며 "안부 앱 기능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 내용이어서 아이디어 도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모드니케어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원 등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공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모 의원실에서도 국정감사를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조사 중이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안부앱과 보훈톡톡 앱이 유사해 보인다"며 "아이디어 도용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단 측에서는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국회 및 보훈부와 중기벤처부 등에서 요구해 자료를 제출했다"며 "내부에서 잘못한 것이 없으니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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