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AI는 국가안보산업, 규제 최소화" 주장
"개인정보·저작권 등 인간 권리 보호 우선" 반론
나날이 똑똑해지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까. 오픈AI의 챗GPT 이후 개발 경쟁이 불붙은 AI 산업을 양성하려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산업계 목소리가 높지만 무분별한 AI 개발이 기업 보안과 개인의 창작권을 침해하고 일자리 주권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국내 AI 규제 논의는 걸음마 단계다. 우선 산업계는 AI 분야를 반도체처럼 '국가 안보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AI 기술 현황과 국제규범 동향 세미나'를 열고 "AI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5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계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기술 경쟁에서 역차별을 초래하지 않도록 '규제 최소화'와 '자율 규제'를 원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24일 기자들과 만나 "생성형 AI는 국경을 넘어 벌어지는 싸움"이라며 "사전 규제보다 자율 규제로 전략적 틀을 잡아주고 혁신을 유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자율 규제 의지도 부각 중이다. 네이버는 경제학·소비자·법학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규제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카카오도 AI 윤리 정책을 강화한 'AI 체크리스트'를 수립할 뜻을 밝혔다.
"AI 선의 어떻게 믿나"… 정부도 규제 수위 놓고 고심
그러나 기업의 '선의'만 믿고 AI 규제를 최소화할 수 없다는 반론도 거세다. 생성형 AI가 개인·기업 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할 수 있는지, 개별 창작자와 콘텐츠 기업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할지,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를 재생산하는 알고리즘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개선할지 등의 문제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AI 개발 및 활용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고 산업의 경제성·효율성만 따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계속 내고 있다.
AI 기술 규제 방향에 대한 정답은 없다. 빅테크 기업이 없는 유럽은 기술보다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 5월 생성형 AI에 대해 'EU 법률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에 따라 개발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선 것. 반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의 빅테크를 보유하고 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은 조심스럽다. 자국 AI 기업에 대한 섣부른 규제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형 AI 규제는 다음 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할 가이드라인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1차적으로 윤곽이 드러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AI기술이 곧 안보를 좌우할 거라고 본다"면서 "기술과 인재 양성을 위해 규제는 최소화하되 우려 목소리에 대한 의견도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