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드라마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10부작 | 15세 이상
밤마다 술을 껴안고 산다. 아침이면 숙취에 절어 위태롭게 출근한다. 1년 전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우울증은 일상이 됐다. 고교생 딸 앨리스(루키타 맥스웰)는 방치 상태다. 질풍노도의 시기 풍랑이 덮친 꼴인데도 말이다. 우울하고 무력하기 짝이 없는 지미(제이슨 시겔)의 직업은 상담사. 남을 상담하기는커녕 하루 종일 상담을 받아도 모자랄 지경. 아이러니한 상황의 지미는 매일 사고 치기 바쁘다.
①상담사도 어쩔 수 없는 인생
상담이 힘들어진 지미는 고객들을 파격적으로 대한다. 폭력적인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여인에게는 결별을 강력히 권고한다. 정신적 고통의 근원을 아예 멀리하라는 의미에서다. 참전 후유증에 시달리며 습관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퇴역군인 숀(루크 페니)에게는 이종격투기 강습을 권한다. 화를 제어하지 못하는 숀이 차라리 합법적으로 주먹과 발을 쓰라는 뜻에서다.
지미의 처방은 꽤 현실적이고 의외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통적인 상담사 역할과는 배치된다. 지미의 동료인 노장 상담사 폴(해리슨 포드)은 그런 지미가 못마땅하다. 배우자가 숨졌다 해도 딸을 챙기지 못하는 지미를 힐난하기도 한다. 지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앨리스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도 무너지는 마음은 어찌하지 못한다.
②누군가 내 곁에 있다는 것
지미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할 때 앨리스는 학교 생활을 무난히 해나간다. 이웃 중년여인 리즈(크리스타 밀러) 덕분이다. 리즈는 어머니 역할을 넘어 지미 몫까지 다한다. 고맙기 그지없지만 지미는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이러다 영영 딸과의 정서적 끈이 끊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앨리스 곁에 리즈가 있듯 지미 곁에는 다른 이들이 있다. 아내가 죽은 후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나게 된 브라이언(마이클 우리)은 절친한 친구로서 몫을 다한다. 지미의 동료 개비(제시카 윌리엄스) 역시 특유의 활력으로 큰 힘이 돼 준다. 매사 투덜대는 폴은 알고 보면 은근히 정이 있는 사람이다. 지미 몰래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지미가 좌충우돌하면서도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낼 수 있는 건 선의를 가진 이들이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③불행한 사람들이 웃기는 이유
지미만 불행한 건 아니다. 개비는 막 이혼을 했다. 폴은 젊은 시절 가정에 소홀했기에 장성한 딸과 서먹서먹한 관계다. 지미와 친구 같은 사이가 된 숀 역시 정신적 고통을 덜어내려고 노력한다. 리즈는 아들들이 둥지를 떠나며 무력감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지만, 지미를 제외하면 그들은 늘 웃으려 한다. 주변사람들을 먼저 챙기려 한다. 그렇다고 착하게 굴지는 않는다. 야한 농담을 쉽게 하고 직설적인 말을 쉽게 내뱉는다. 이들이 우정을 주고받으며 티격태격 싸우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건 따뜻한 웃음이다.
뷰+포인트
독특한 코미디다. 불우한 주인공 지미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친구의 청혼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 지미가 결혼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벤트를 엉망으로 만드는 장면, 만취가 돼 생각지도 않은 이와 잠자리를 하게 되는 모습 등이 짠한 웃음을 빚어낸다. 인물들의 대사 강도가 높기도 하다. 비속어가 종종 나오고 야한 말이 자주 쓰인다. 하지만 저속하게 느껴지지 않고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곧잘 조건 없이 누군가의 편에 서준다. 사랑하는 인물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고 싶어서다. 웃기면서도 마음을 데워주는 드라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시청자 8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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