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정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사표를 줄이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가능케 하는 기존의 준연동형제를 다시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준연동형제 취지를 무력화시킨 거대 양당이 또다시 기득권 사수를 위해 정치적 퇴행의 길을 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어제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총회에 보고된 내용을 종합하면, 그간 진행된 물밑 협상에서 양당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접근했다. 권역은 크게 수도권과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누기로 했다. 문제는 비례제 의석수 배분 방식이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을 연동하는 대신 초과 의석 문제를 방지하는 준연동형제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기 때문에,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용이해진다. 대화와 타협을 배제한 거대 양당이 극단의 길만 걷는 작금의 정치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당초의 취지를 퇴색시켰다. 그랬던 양당이 이번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별도로 계산하는 병립형으로 회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준연동형 방식을 내년 총선에서 그대로 적용할 경우, 또다시 위성정당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기하면 될 꼼수를 막겠다고, 퇴행을 선택하는 야합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선거제는 유권자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기본 원칙이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하기 어렵다. 준연동형제 유지 주장이 나오는 민주당이라도 향후 선거제 협상에서 병립형을 고수하는 국민의힘을 설득해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물론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쓰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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