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장항 송림산림욕장의 새벽. 여명이 밝아오지만 바닷가 소나무 숲은 어둠이 가득하다. 그러나 제법 많은 사람들이 솔향기에 이끌려 산책을 나왔다. 처음에는 소나무 그림자 사이로 인기척만 느껴졌지만 날이 밝아오자 자줏빛 꽃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소나무 아래에 숨어 있던 ‘맥문동꽃’이었다.
해가 숲속을 비추기 시작하면 엎드려 있던 꽃들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차츰 밤새 숲을 지키던 소나무는 조연이 되고 광활한 맥문동 꽃밭이 주인공으로 존재감을 내뿜는다. 맥문동 꽃밭은 경주의 황성공원 등 대부분 소나무 숲 아래 군락을 이룬다. 지면 위에 낮게 자라는 지피식물로 다른 나무들을 돋보이게 한다. 겨울에도 잎이 푸르러 공원이나 정원에도 많이 심으며, 꽃의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옆에서 맛깔난 연기력으로 극의 재미를 불어넣는 ‘신 스틸러’가 더 주목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맥문동꽃의 존재도 그렇다. 땅에 낮게 깔려 송림의 주연인 소나무를 돋보이게 하지만, 1년 중 7월과 8월은 ‘신 스틸러’가 된다.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속에서 보랏빛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맥문동꽃을 보노라니 어지럽던 마음이 안정을 되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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