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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복수"…기후변화 부추긴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축제', 악천후에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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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복수"…기후변화 부추긴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축제', 악천후에 망했다

입력
2023.09.03 17:03
수정
2023.09.03 17:4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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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성지' 된 창작 축제 버닝맨의 비극
폭우에 진흙 늪 된 사막...수만 명 고립·사망자도
억만장자 제트기, 도시 증축...'기후 위기' 자초

2일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에 참가한 두 남녀가 쏟아진 폭우로 진흙탕이 된 캠핑장을 거닐고 있다. 'USA 투데이' 캡처

2일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에 참가한 두 남녀가 쏟아진 폭우로 진흙탕이 된 캠핑장을 거닐고 있다. 'USA 투데이' 캡처

매년 여름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선 '버닝맨 축제'가 열린다. 전 세계 엘리트와 예술가 수만 명이 모여 예술, 기술, 창작을 주제로 축제를 벌인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영감을 받아 간다는 이유로 '부자들의 축제'로도 알려져 있다.

올해 버닝맨 축제는 기후변화의 철퇴를 맞았다. 사막에 폭우가 쏟아져 참가자 수만 명이 사막에 발이 묶였고 사망자도 나왔다. 참가자들이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는 등 단 일주일간의 축제를 위해 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한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 환경의 역습을 당한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가 기후 서바이벌로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 버닝맨 축제는 악천후로 엿새 만에 중단됐다. 미국 국토관리국(BLM)은 참가자들이 머무는 캠핑장과 행사장을 폐쇄하고 대피 명령을 내렸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2일 네바다 사막의 강우량은 2㎝로, 여름철 2, 3개월에 걸쳐 내리는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

비에 젖은 사막이 진흙 늪으로 변하면서 대피도 어려워졌다. 한 참가자는 CNN에 “많은 사람들이 트레일러에 머물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탈출하려 했으나 진흙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예술 축제가 ‘기후 서바이벌’로 바뀐 셈이다.

기후위기 자초한 실리콘밸리 '창작의 장'

지난달 29일 위성사진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버닝맨 축제가 열리고 있는 네바다주 사막의 '블랙록 시티'의 모습. 갑작스러운 폭우에 도시가 진흙에 뒤덮여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위성사진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버닝맨 축제가 열리고 있는 네바다주 사막의 '블랙록 시티'의 모습. 갑작스러운 폭우에 도시가 진흙에 뒤덮여 있다. AFP 연합뉴스

30년 전통의 버닝맨은 참가자들이 간이 도시인 ‘블랙록 시티’에서 생활하며 화폐 대신 아이디어, 발명품, 창작 활동으로 물물거래를 하고 매일 밤 열리는 파티에서 자유롭게 교류하는 축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등이 버닝맨 축제에 참석해 ‘영감의 샘’이라고 극찬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태양광에너지 회사 솔라시티에 대한 아이디어를 버닝맨 축제에서 얻었다. 버닝맨이 바로 실리콘밸리"라고 했다.

버닝맨 축제는 기후변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축제 기간 참가자 1인당 약 10만 톤꼴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 2만여 대의 연간 배출량이다.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버닝맨이)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모임으로 성장하면서 이들의 개인 제트기가 내뿜는 탄소가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이용이 늘자 버닝맨 주최 측은 2019년 임시 공항까지 세웠다.

블랙록 시티는 여의도 면적 약 5배 규모(10㎢)인데, 매년 사막에 지었다 허물었다를 반복한다. 인근 도시로부터 최소 3시간 거리인 탓에 모든 물품을 휘발유 트럭으로 운반한다. 이 때문에 올해도 환경 단체 ‘세븐서클’이 “개인용 제트기, 일회용 플라스틱, 프로판 연소와 무제한 발전기 사용을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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