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50조 원 펑크 우려 커지자
외평기금 등 대규모 공자기금 투입 검토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임기응변 지적
역대급 세수 펑크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없다”고 선을 그은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영끌’에 나섰다. 각 부처 기금 68개의 여유자금을 관리하는 공자기금 재원을 끌어 모아 세수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세입 확충방안이 없어, 결국 '기금 돌려막기'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 중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수 부족분 충당 방안도 함께 내놓을 방침이다. 기재부가 세수를 메우기 위해 마련 중인 ‘돈 주머니’는 △공자기금 재원 약 20조 원 △불용(예산에 포함돼 있지만 쓰지 않은 돈) 10조~20조 원 △세계잉여금(직전년도 회계 결산 후 남은 돈) 3조~5조 원 등이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조4,000억 원 줄었다. 연말까지 지난해와 똑같은 금액이 걷힌다고 가정하면 올해 최종 세수는 당초 전망(400조5,000억 원) 대비 48조 원 부족하다. 일각에선 세수펑크 규모가 50조 원을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재부가 가장 역점에 두고 있는 세수펑크 구원투수는 공자기금이다. 공자기금은 재정의 여윳돈을 관리하는 ‘기금 저수지’ 역할을 한다. 국고채를 발행하고, 다른 공공기금의 여유 재원 등을 빌려와 자금이 부족한 곳에 다시 빌려주는 창구인 셈이다.
특히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서 빌려간 돈을 조기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은 지난해부터 고공비행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자기금에서 많은 돈을 빌렸다. 외환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환율을 관리해 현재 외평기금에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원화가 쌓인 상태다.
정부는 외평기금 내 적립된 원화자금을 시장에 투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환율 급변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 관련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외평기금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면 공자기금, 일반회계를 거쳐 세수 부족분을 충당하는 구조다. 국가재정법상 올해 정부 내부 공자기금 지출 153조4,000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약 30조 원까지는 국회 의결 없이 정부 재량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기재부는 공자기금 활용 시 국고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고도 올해 세수 부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 외평기금 20조 원 상환 계획은 있지만, 올해 조기 상환은 당초 계획에 없었던 내용”이라며 “세수 재추계가 끝나야 공자기금에서 정확히 얼마를 가져다 쓸지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자기금 투입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임기응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자기금 역시 국고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 언제든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자금이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정부가 외평기금 내 원화 계정에 손을 대는 건 결국 외환보유액을 줄이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며 “‘재정건전성’이라는 목표에 과도하게 집착해 세금도 줄이고 빚도 내지 않겠다고 하는 정부 구상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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