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플랫폼 노동자 현실은
우리와 달리 EU 등 노동권 보장 초점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등은 우리와 달리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노동자에게 수수료를 걷어 이득만 챙기고 각종 사회적 비용은 부담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도 해당하지 않아 질병보험, 산업재해, 노후 대비 연금 등 최소한의 사회보장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는 우리와는 다른 얘기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EU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의 최전선에 섰다. EU 의회는 올해 2월 권역 내 플랫폼 노동자를 프리랜서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하는 지침안을 의결했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는 불분명한 지위 탓에 일반 근로자에게 보장된 사회보험, 단체협약 등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U의 방침은 회원국들의 움직임과 발맞춘 것이다. 프랑스 법원은 2020년 5월 '유럽판 배달의민족'인 딜리버루의 배달 노동자를 '회사와 고용 계약을 체결한 관계'라고 판결했다. 딜리버루는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고 손님과 중개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배달 노동자를 딜리버루가 고용한 노동자로 판단했다. 스페인도 2021년 왕령 입법에 따라 플랫폼 배달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이어 영국 법원도 같은 해 차량공유 업체 우버 운전자를 '프리랜서'가 아닌 '우버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우버 노동자가 사실상 우버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우버 앱에 로그인할 때부터 로그아웃할 때까지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7만 명에 달하는 우버 노동자가 직고용됐다. 네덜란드 법원 또한 우버 운전자를 '노동자'로 보는 판결을 내렸다.
'플랫폼 기업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뉴욕시는 올해 6월 플랫폼 배달 노동자에게 시간당 17.96달러(약 2만3,000원)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눈 속에서 당신에게 피자를 가져다주는 사람, 비를 맞으며 타이 음식을 배달해 주는 사람의 가족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계를 꾸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미국판 배달의민족인 도어대시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계한 사회보장제도가 플랫폼 노동자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플랫폼 업종 중 배달과 대리운전 종사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부 플랫폼 업종에 한정했고 일정 소득과 근로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소득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보험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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