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줄였다고 밝힌 내년 특수활동비(국정 수행 경비) 예산이 실제로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활비와 성격이 같은 ‘정보보안비’ 항목의 신규 편성을 늘려놓고, “지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특활비를 감액했다”고 사실상 거짓으로 밝힌 것이다. 사용처 파악이 어려워 ‘눈먼 돈’으로 불리는 특활비는 ‘꼼수’로 늘리면서, 국가 미래를 책임질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폭 삭감한 것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긴축 기조를 반영한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특활비를 줄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본보 취재결과, 특활비 내 정보 관련 비용을 떼어낸 정보보안비 예산을 합치면 14개 기관이 배정받은 내년 특활비는 1,312억 원으로 올해보다 오히려 4.6%(58억 원) 늘어난다. 기획재정부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보안비를 각각 42억 원, 33억 원 신규 편성해서다.
앞서 7월 시민단체가 법원 소송을 거쳐 공개한 검찰의 특활비 지출 내역을 보면, 특활비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 2017년 검찰 전체 특활비 집행액 160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74억 원의 증빙 자료가 아예 없었다. 검찰총장이 ‘쌈짓돈’으로 쓰면서 ‘나눠먹기’나 ‘용돈 지급용’으로 사용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다른 기관의 특활비 사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은 20년 만에 최소 증가폭(2.8%)을 기록하며, 역대급 ‘짠물 예산’으로 편성됐다. ‘이권 카르텔’이라는 명목하에, 다양한 항목의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특히 과학계는 방만한 예산집행 문제를 이유로 33년 만에 R&D 예산이 13.9% 축소되고 기관별로 삭감액이 할당되면서 충격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영수증 없이 현금 사용이 가능해 ‘깜깜이’로 불리는 공무원 특활비가 늘어난 것은 허탈감만 일으킨다. 정부는 세수부족에 따른 긴축재정을 편성하며 특활비 감액을 공언해 왔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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