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 "지자체 관리?감독 부실 탓"
임신한 엄마 개의 배를 갈라 새끼만 꺼내는 등 동물학대가 벌어진 정황이 드러난 경기 화성시의 한 반려견 번식장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를 받은 곳이었다. 경기도와 20여 곳의 동물단체가 이곳에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1,400여 마리의 개를 구조하면서 참혹한 번식장의 현실이 드러난 가운데 지자체의 동물생산업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생산업은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 운영해야 하며, 각 지자체는 영업장의 시설 상태와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연 1회 이상 정기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에 따르면 화성시는 올해 3월 해당 업체를 점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처음 400마리를 기준으로 반려동물 생산업 허가를 받고 이후 불법증축을 통해 마릿수를 늘려왔는데 이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번식업장 운영자는 사육∙관리 인력 확보 기준 등은 번식이 가능한 12개월 이상이 된 개 또는 고양이에 해당하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번식업자 주장대로라면 성견이 400마리, 자견이 1,000마리여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성견이 400마리 이상이었다"며 "나아가 운영 기준에서 자견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 자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가 번식장에서 동물학대 등 불법사항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물자유연대는 2020년 경북 구미시의 휘핏과 포메라니안 '생산'으로 유명한 합법 번식장에서 2년 전 죽은 사체가 뒹굴고 개에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와 약병 등을 발견한 바 있다. 이 역시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생산업 수는 소규모 업장을 포함해 2,100여 곳에 달한다. 이 외에 불법으로 운영되는 번식장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생산업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번식용 부모견 등록제 등의 내용을 담은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생산업 부모견 등록과 함께 자견에 개체번호를 부여해 관리하고, 이를 동물등록제와 연계하는 등 모든 단계에 대한 이력관리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동물생산업을 포함한 영업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생산업을 어떻게 관리할지보다 상업적 이윤만을 목적으로 한 생산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소규모 브리더 중심의 전환을 검토한다면 한 시설당 사육할 수 있는 마릿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중간단계로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동물 복지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현재 동물 담당 인력으로 모든 동물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 순환근무로 인해 전문성도 떨어진다"며 "영업장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늘리려면 전문 인력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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