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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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서로 다른 종의 동물도 질병 위험을 공유할 수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그렇다. 주로 야생 조류나 가금류를 감염시키지만, 포유류도 감염된다. 현재까지 쥐, 생쥐, 족제비, 돼지, 고양이, 호랑이, 개, 말 그리고 인간이 감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6월 폴란드에서 호흡기 증상과 신경 증상을 보인 고양이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조사결과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대상 47마리 대부분이 실내에서만 키우는 고양이라서 감염된 야생조류나 가금류와의 접촉 기회가 없었다. 역학조사로는 감염경로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감염이 전국에서 발생됐기 때문에 관련 보건기구들이 주목했다. 7월에는 우리나라 용산의 한 동물보호소에서도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 두 마리가 조류 인플루엔자로 확진되었다. 이 보호소에서 이미 죽은 38마리 고양이의 사인도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측되었다. 관악구 다른 보호소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되면서 두 가지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인체에 대한 위험과 고양이의 감염경로이다.
고양이가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의 잠재적 전파자로 주목을 끈 것이 처음은 아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을 먹거나 접촉에 의해 가금류 농장 주변 고양이가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2000년 초반에 제기되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농가 주변 고양이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의 특성상 포유류 간 전파는 어렵기 때문에 고양이로 인한 위험은 미약하거나 위생상 주의가 필요한 정도로 간주되었다. 고양이 감염은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적응할 변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은 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고양이로 인한 전파의 위험도를 낮게 평가한다.
그러나 2023년 한국과 폴란드의 고양이 감염 사례에서는 고양이 감염 그 자체가 중요해졌다. 감염된 반려묘의 건강 문제와 오염된 원료를 사용한 부실한 사료 제작 현황, 고양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열악한 환경 등이 이슈로 떠올랐다.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에 대비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해당 병원체를 검출하고 질병을 전달할 수 있는 모든 동물을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도 방법이다. 인간과 밀접한 동물이 어떤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지 살피고 안전하게 돌봄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대응 전략을 새롭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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